“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기념 회식했네요.”
직장인 이모(40)씨는 사적모임·영업시간 제한이 사라진 첫날인 18일 부서 회식을 했다고 했다. 부서장이 회식을 겸해 할 이야기가 있다며 부서원을 한 자리에 모았다. 이씨는 “퇴근하고 운동 가려고 했는데 회식이 잡혔다. 그동안 회식을 안 했던 터라 빠지기 어려웠다”며 “이제 시작인 듯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도입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첫날 전국 식당에는 단체예약이 잇따랐다. 동아리 활동이나 MT를 계획하는 등 대학 캠퍼스도 활기를 찾고 있다. 다만 갑자기 코로나19 이전처럼 활동이 늘어나면 감염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757일 만의 거리두기 해제를 가장 반기는 사람은 자영업자들이다. 고깃집과 호프집, 헬스장 등은 매출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 대학가의 호프집 관계자는 “학생들은 늦게까지 놀길 원하는데 영업시간 제한이 사라져 다행”이라며 “코로나19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마음이 가벼워진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서울 종로1가의 한 고깃집 관계자도 “10명, 20명 단위의 단체 손님 예약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회사들이 회식을 재개하는 모양”이라고 했다.
일부 헬스장들은 24시간 운영 재개와 함께 신규 회원 PT 무료 체험 등 회원 유치에 나섰다. 미뤘던 약속을 잡는 이들도 늘었다.
직장인 정모(39)씨는 직장 동료 12명과 다음날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정씨는 “지난 2년 동안 동료들과 제대로 된 밥 한끼 같이하지 못했다”며 “거리두기가 해제돼 눈치 보지 않고 다 같이 밥을 먹을 수 있어 모두 들떠 있다. 점심이지만 맥주도 간단히 즐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학가는 거리두기 폐지와 함께 각종 학내 활동과 5월 축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제대로 된 캠퍼스 생활을 즐기지 못했던 학생들도 기대감을 보였다. 서울 한 대학교 동아리 회장 김모(28)씨는 “중간고사가 끝나면 MT를 가고, 술집을 대관해 처음으로 다 같이 모여 술 마시고, 번개로 야구 등 스포츠 단체 관람하는 등 계획을 줄줄이 세웠다”며 “거리두기가 풀리니 할 게 너무 많다”며 웃었다.
수학여행도 재개될 전망이다. 제주 관광업계에 따르면 이달 국내 5개 고등학교 985명이 제주를 찾을 예정이다. 다음 달에도 국내 11개교 2183명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관광업계는 소규모 가족 위주로 이뤄지던 여행도 단체 관광으로 규모가 커지고 국제회의, 기업 워크숍 등도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25일 영화관 등 실내취식까지 허용되면 코로나19 이전 생활에 더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14일 운영이 중단됐던 경로당 등 노인복지시설도 25일부터 다시 문을 연다. 정부는 3차 접종자에 한해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비말 확산 가능성이 높은 프로그램은 3차 접종자도 참여를 제한하는 등 지자체 판단에 따라 운영하도록 했다.
거리두기 해제 첫날 코로나19 유행도 안정적 양상을 보였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만7743명으로, 2월9일(4만9546명) 이후 68일 만에 신규 확진자수가 5만명 아래를 기록했다. 1주일 전인 지난주 월요일(11일)의 9만917명과 비교해도 4만3174명 적다. 위중증 환자도 850명으로 전날(893명)보다 43명 감소하며 이틀 연속 800명대를 기록했다. 사망자수는 132명으로, 닷새 만에 100명대를 나타냈다. 코로나19 누적 치명률은 0.13%다.
정부는 거리두기 해제가 전반적인 유행 확산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오미크론 이후 거리두기의 유행 억제 효과가 떨어져 큰 폭의 변동은 없을 것”이라며 “향후 1∼2주 정도 확진자 증가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안감도 여전하다. 특히 아직 확진 이력이 없는 이들 사이에서는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직장인 이모(42)씨는 “당장 이번 주 금요일에 20명 넘게 참석하는 단체 회식이 잡혔는데, 감염될까 조심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꺼림칙하다”며 “이런 얘기를 하면 예전엔 다들 이해했지만, 이제는 예민한 사람 취급을 하는 것 같다. 확진된 적 없는 사람도 아직 많은데 마치 코로나19가 종식된 것 같은 분위기라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9살 아들을 키우는 경기도의 신모(38)씨도 “아이들과 할아버지, 할머니를 자주 보는데, 연세 있는 분들이 위험할 수도 있어 걱정된다”고 했다.
정부도 코로나19 유행 위험이 낮아졌거나 종식됐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손 반장은 “거리두기 해제로 지나치게 방역 긴장감이 이완되면서 완전한 일상으로 가는 분위기가 강해질까 우려되는 시점”이라며 “개개인의 방역수칙이 중요하며, 60세 이상 고령자는 더욱 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해제 여부와 관련해서는 다음주 논의를 진행한다. 정부는 이날부터 2주간의 유행 상황 평가와 실외 마스크 조치를 해제했을 때 방역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