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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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탑승차, 목소리 복원… 장애인의 삶 지원 앞장서는 기업들

2020년 7월 한 여성이 KT 고객센터에 전화해 “기가지니 ‘내 목소리 동화’를 이용할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 한시적 이벤트로 제공돼 이미 종료된 서비스였다. 이 여성은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남편이 목소리를 잃은 뒤에도 자녀들이 아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이유를 밝혔다. 사연을 접수한 상담원과 담당 부서는 이 가족에게 서비스가 계속 제공될 수 있도록 여러 부서의 협력을 끌어냈다. 3개월 후 환자는 기도 절개 수술을 받게 됐지만 가족들은 복원해 놓은 그의 목소리를 기가지니 ‘내 목소리 동화’와 입력한 텍스트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마음톡(TALK)’ 앱을 통해 계속해서 들을 수 있게 됐다.

 

많은 기업이 첨단 기술과 서비스로 장애인들의 삶을 지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원 방식은 각 기업의 역량에 따라 인공지능(AI) 등 기술 지원, 휠체어 탑승차 등 편의 제공, 장애인 고용 사업장 개설, 후원금 지급 등 다양하다.

 

20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사고나 질병 등으로 후천적으로 목소리를 잃은 이들의 목소리를 복원해주는 ‘목소리 찾기’ 프로젝트를 2020년부터 이어나가고 있다.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비영리재단법인 승일희망재단과 협력해 점차 목소리를 잃어가고 있는 루게릭병 환자 8명의 목소리를 AI 기술로 복원하고, 모바일 앱 ‘마음톡’을 통해 이 목소리를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무상 지원했다.

 

또 2003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KT 장수 사회공헌 사업 ‘소리찾기’는 난청 아동의 인공와우 수술과 디지털 보청기, 재활 교육 등을 지원해 장벽 없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왔다. 연인원 2만여명의 아동이 이 프로그램을 거쳐 갔다.

SK텔레콤은 ‘설리번플러스’에 음성 AI를 결합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설리번플러스는 마치 시각장애인의 동행자처럼,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주변의 사물, 사람, 문자를 인식하고 한국어로 안내하는 서비스다. 스마트폰을 터치하며 메뉴를 찾을 필요 없이 “아리아, 문자 읽어줘” 같은 일상 대화 형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아리아, 앞에 뭐가 보여”라고 말하면 “희망복지센터, 행복빌딩”이라고 대답하는 식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퇴근이 쉽지 않은 장애 근로자를 위해 유휴차량을 활용한 ‘착한셔틀’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SKT, 모두의셔틀, 이동의자유, 장애인고용공단, SK하이닉스, 쿠팡, 행복커넥트와 지자체가 힘을 합쳤다.

 

LG유플러스는 청각장애인들이 다양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도록 국내 영화·드라마 콘텐츠에 한글자막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에는 실시간 방송에만 자막·수어 등이 적용됐지만, 최근 영화·드라마 VOD(주문형 비디오)에도 한글 자막이 탑재됐다.

청각장애인 고객을 위해 기존에는 채팅을 통한 상담을 제공했지만, 최근 영상을 통한 수어 안내 서비스를 추가했다. 영상전화기나 휴대폰 영상통화 앱을 통해 LG유플러스 고객센터 내 전문 수어 상담사와 소통할 수 있다.

 

카카오는 다양한 서비스와 플랫폼, 기술 등에 더 많은 사람이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는 의미의 ‘배리어 프리 이니셔티브’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국내 IT기업 최초로 디지털 접근성 책임자(DAO)를 선임했다. DAO로 선임된 자회사 링키지랩의 김혜일 접근성 팀장은 중증 시각장애인으로서 2014년부터 다음과 카카오에서 접근성 업무를 담당해왔으며, 장애인 정보 접근성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고용노동부 산업포장을 받기도 했다. 카카오의 접근성 개선 사례로는 저시력 장애인을 위한 카카오톡 고대비 테마 제작, 카카오톡 기본 이모티콘 대체 텍스트 적용, QR체크인 및 잔여백신 예약 접근성 개선 등이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서대문구와 손잡고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특수장비차 ‘서대문 희망차’ 운행을 장애인의 날인 이날 시작했다. 양측은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특수장비차 운행을 통해 단순 목적지 이동은 물론, 이용자 승∙하차 도움 제공, 필요시 요양보호사 매칭 연계 등 원스톱 부가서비스 제공을 통해 이동 과정 전반을 지원할 계획이다.

 

서비스 운영은 서대문구 산하의 돌봄 분야 사회적경제기업 및 기관 연합체인 ‘서대문구 지역돌봄사업단’이 담당하며, 실시간 현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할 예정이다.

 

‘서대문 희망차’는 기존 이동약자 서비스 대비 이용 대상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서대문구 거주자에 한해 등급과 관계없이 장애인 증빙 서류 제출시 모두 이용 가능하며, 보행 장애가 없어도 만 50세 이상 노약자이거나 부상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보행이 불편해진 경우에도 이용할 수 있다. 기존의 장애인 콜택시들은 대부분 보행 장애를 동반한 중증 장애인이거나 만 65세 노약자도 휠체어를 이용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탑승할 수 있다.

 

이용 요금 역시 기존 이동약자 서비스 대비 합리적인 수준이다. 기본요금은 편도 기준으로 서대문구 내에서 5km 이하 거리 이동하는 경우 1200원, 은평구∙마포구∙종로구 등 10km 이내 인근 자치구로 이동하는 경우 2300원이다. 이후 장거리 이동 시에는 기본요금에 1km당 100원씩 요금이 추가되며, 이동 거리에 따른 이용 금액은 서비스 예약시 콜센터를 통해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서대문 희망차’의 최대 수용 가능 인원은 휠체어 이용자 1명을 포함해 최대 5명이며, 평일 오전 8시에서 오후 5시 사이에 이용할 수 있다. 이용하려면 콜센터를 통해 사전 예약하고, 서비스 이용 후 현장에서 현금 또는 카드로 결제하면 된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한국동그라미파트너스가 대전시 유성구 장동의 한국엔지니어링랩 건물에 동그라미 세차장과 카페를 오픈했다. 동그라미 세차장과 카페에는 대전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중증 장애인 등 8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이 세차장은 회사 업무용 차량 및 임직원 차량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동그라미파터너스의 직원 수는 2015년 설립 당시 78명(장애인 42명)에서 현재는 154명(장애인 89명)으로 2배가량 늘었다.

 

에쓰오일은 전날 서울 마포구 본사에서 발달장애인들로 구성된 ‘하트하트오케스트라’를 위한 후원금 1억원을 하트하트재단에 전달했다. 에쓰오일의 후원금은 발달장애 단원들의 연주 활동을 지원하고, 초·중·고등학생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애 인식개선 교육과 콘서트 행사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