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발전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와 전략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종합적이고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합니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을 확정했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19년 1월 24조1000억원에 달하는 23개 사업에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는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추진 방안을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 16개 지역에 23개 철도·도로·산업단지 등을 조성하는 사업들이 균형발전 프로젝트에 포함돼 예타가 면제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대선 후보 시절 보수 정부의 토건용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비판해왔지만 경기 침체 극복과 고용 창출을 위해 예타 면제로 대표되는 공공 주도의 경기부양 정책으로 선회했다. 빗장이 풀린 예타 면제 사업은 100조원이 넘으면서 10번에 걸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함께 문 정부의 방만한 재정운용을 상징하는 부메랑이 됐다.
20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한 ‘재정지출·사업 관리제도 운영실태’ 감사는 문 정부의 확장재정 운용에 따른 재전건정성 악화에서 비롯됐다. 문 정부의 지난 5년 본예산 기준 총지출 증가율은 ‘2018년 7.1%, 2019년 9.5%, 2020년 9.1%, 2021년 8.9%, 2022년 8.3%’ 등을 기록해 5년 평균이 8.6% 달했다. 문 정부가 출범하던 2017년 400조 7000억원이던 한 해 예산은 607조7000억원(2022년)으로 200조원 이상 급증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실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부터 지난 2월까지 예타 면제 사업은 144건, 면제 액수는 105조9302억원이었다. 문 정부의 예타 면제액은 이명박정부의 예타 면재액(61조1000억원)의 1.7배, 박근혜정부(25조원)의 4.2배였다.
예타는 재정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을 따지는 제도로 1999년 김대중정부에서 도입됐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가재정 지원이 300억원 이상이면 거쳐야 하지만 지역 균형발전, 긴급한 경제 대응 등 필요한 경우에는 면제할 수 있다.
문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을 이유로 대규모 예타 면제를 주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에도 일각에서는 측근 챙기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사업비만 4조6562억원에 달하는 남부내륙철도(김천∼거제) 사업은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1호 공약으로 과거 예타 문턱을 넘지 못했던 사업이다. 새만금 국제공항(8000억원), 서남해안 관광도로(1조원)와 울산 외곽순환도로(1조원), 울산 산재 전문 공공병원(2000억원) 등 문 대통령이 예타 면제를 약속한 사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문재인정부에서 예타 면제 대상으로 확정된 가장 큰 규모의 사업은 가덕도 신공항이다. 이명박정부 당시 2011년 입지평가위원회에서 경제성 부족 판정을 받은 데 이어 박근혜정부 때인 2016년에는 정부 용역평가를 통해 김해공항 확장안이 확정됐음에도 문재인정부에서 재차 부산·경남(PK) 지역 정가를 중심으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안이 다시 힘을 받았다. 결국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2월 국회가 예타 면제권 발동 조항이 포함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문제는 예타 면제 사업의 경우 제대로 된 경제성 평가가 수반되지 않아 사업 진행 과정에서 사업비가 눈덩이처럼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예타 면제를 받았던 전남 영암의 ‘F1 그랑프리 사업’의 경우 최초 사업비가 7330억원으로 추산됐지만 실제 투입된 금액은 8752억원에 달했다. 예타 면제 후 당초 계획보다 사업비보다 대거 늘어난 사례들이 감사원의 중점 감사 대상에 올랐다. 인수위 관계자는 “감사원에서 진행 중인 감사 내용으로 감사가 끝나지 않아 어떤 사업이 감사에 포함됐는지는 확인 할 수 없다”라며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예타 사후관리 부실과 총사업비관리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사업들에 대한 조정이 불가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