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오후 9시에 마감인데 괜찮으시겠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조치에 따른 사적모임 인원과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의 전면 해제 첫날인 지난 18일 오후 8시30분쯤. 대구의 ‘명동’이라 불리는 중구 동성로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직원이 매장에서 음료를 먹겠다는 기자에게 폐점 30분 전이라며 이같이 물었다. ‘정부의 방역조치가 바뀌면서 당연히 영업시간도 늘어났겠지’ 짐작했지만, 이곳은 ‘현재진행형’이었다.
◆‘거리두기 해제’ 첫날에도 썰렁한 동성로… 서문시장에서도 기대는 ‘아직’
비슷한 시각 동성로 중심가에 위치해 대구 시민들에게 ‘만남의 장소’로 알려진 대구백화점(동성로 2가) 일대도 행인이 드물어 적막한 분위기였다. 오후 11시쯤 다시 동성로를 거닐었을 때 술집이 몰린 일부 길목에 20∼30대로 보이는 이들이 드문드문 눈에 띌 뿐이었다. 24시간 영업 중인 커피 전문점 1곳을 뺀 나머지 카페는 영업을 끝낸 뒤였다.
이보다 앞서 오후 7시쯤 찾은 서문시장(중구 달성로50)은 야시장이 막 문을 연 터였다. 이곳은 주간 영업(오전 9시∼오후 7시)과 오후 7∼11시에 먹거리를 파는 야시장으로 나뉘어 손님을 맞이한다. 가판대 20여곳에 방문객 수십명이 한데 어우러져 활기가 돌았지만, 일부 상인의 말을 빌리자면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침체된 분위기란다. 거리두기 해제 소식이 전해졌어도 크게 바뀐 건 없다고도 전했다. 인파로 붐비는 과거 야시장 풍경이 담긴 서문시장 안내소 벽면의 홍보물만 봐도 차이는 체감됐다.
이곳에서 지난 5년간 먹거리 가판대를 운영해 온 A씨의 손놀림은 코로나19 사태 전후로 차이가 없다. 야시장 동료 상인의 대다수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는 걸 체감하는 가장 큰 차이라는 게 그의 전언이다.
기자가 주문한 음식을 만들면서 A씨는 “한때 가판대만 80개 정도가 있을 만큼 서문 야시장은 북적였다”고 떠올렸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생계가 어려워져 일을 찾아 다른 곳으로 떠난 이들이 많다”며 “지난 2년간 야시장 가판대가 4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그만큼 손님의 발길도 뜸해졌다는 얘기인데, 예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짧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A씨는 내다봤다.
◆철저한 일상회복 준비 필요성 제기… 교육 분야도 예외는 아냐
대구는 2020년 코로나19 1차 대유행을 온몸으로 겪은 도시다. 확진자 폭증으로 각종 비하 발언에 시달리기도 했고, 전국 각지에서 의료 지원이나 물품 기부 등 온정의 손길이 집중된 바도 있다.
거리두기 해제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의 속내가 궁금했다. 이날 만난 시민들은 거리두기 해제를 반기는 데 그칠 게 아니라, 본격 일상회복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예상치 못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해야 하면서 제자들의 ‘학습 결손’을 지켜본 교사들도 이런 마음이었다.
김동석(62) 전 학남고 교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제한될 수밖에 없었던 수업 환경은 심각한 학습 결손을 초래했다”며 “학습 격차와 지역 간 교육 격차를 심화시켰다”고 돌아봤다. 김 전 교장은 특히 “지금까지 일군 비대면 수업 인프라를 전면 등교 체제에서도 지속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