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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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살인’ 피해자, 생전 이은해와 통화서 “헤어지자. 여보가 어제 나 때려서 때문은 아냐”

아내 이씨에게 이별 통보 후 “내가 돈이 너무 없으니까”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오른쪽)와 그의 남편 윤모씨(사망 당시 39세).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이른바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0)가 약 4개월간의 도주 끝에 붙잡혀 구속된 가운데, 피해자인 이씨의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가 생전 아내와 통화한 내용이 언론에 공개됐다.

 

지난 21일 오후 MBC 시사교양 ‘실화탐사대’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고(故) 윤씨가 아내 이씨에게 “그만할까, 헤어질까. 좀 지치더라고”라며 이별을 제안한다.

 

이에 이씨는 “오빠 정말 나 그만 만나고 싶어?”라고 차갑게 물었고, 윤씨는 “여보(이은해)가 어제 나 때린 것 때문은 아니야. 너무 돈이 없으니까. 돈이 너무 없으니까”라고 털어놓는다.

 

윤씨는 “빚이 너무 많다. 회사 빚도 넘치고 지금 얼마인지도 모르겠다”라고 말하며 흐느낀다.

 

이씨는 윤씨가 밀린 월세를 냈다고 하자 “여행비가 필요한데 왜 돈을 냈냐”라며 되레 화를 낸다.

 

윤씨는 대기업 연구원으로 15년간 연구해 표창장까지 받은 우수사원이었다. 이씨와 결혼 당시 그는 연봉 6000만원이 넘었다.

 

그런데 그의 통장을 보면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어딘가로 빠져나갔다.

 

이씨와 결혼 후 심각한 생활고를 겪은 윤씨는 숨지기 전 이씨에게 “월급을 다 보내서 돈이 하나도 없어. 만원만 입금해줘. 편의점에서 도시락 하나, 생수 사 먹게. 돈 빌릴 데가 없어”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자신의 찢어진 운동화 사진을 보내기도 했다.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가 지난 1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SBS는 지난 21일 경찰 수사 결과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는데, 윤씨가 숨진 후인 2019년 말 이씨가 검찰에 송치됐을 당시 경찰은 윤씨의 통장에서 이씨와 그의 공범이자 내연남인 조현수(31·구속), 이은해의 부친, 친구 3명 명의의 통장으로 2억1000만원이 건네진 사실을 확인했다. 이씨 주거지 인근 은행 2곳에서 현금 2400만원이 빠져나가기도 했다.

 

2018년 6월 윤씨의 채무는 1억 2800만원으로 불어났고 개인회생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이씨와 조씨는 지난해 12월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 4개월 만인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 삼송역 인근 한 오피스텔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2019년 6월30일 윤씨와 함께 가평 용소계곡을 찾았다가 수영을 못하는 윤씨에게 다이빙을 하도록 유도한 뒤 구조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윤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가로채기 위해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이씨와 조씨는 2019년 2월에도 강원도 양양군 한 펜션에서 윤씨에게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고 했으나 독성이 치사량에 못 미쳐 미수에 그쳤다. 또 3개월 뒤 경기도 용인시 한 낚시터에서 윤씨를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다가 잠에서 깬 지인에게 발각되기도 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