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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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前 검사 측 "공수처, 검수완박 이슈 삼으려 정치적 기소"

1차 공판 진행…혐의 인부 확인
"검수완박 위한 정치 수사 의도"
공수처 '1호' 검사사건…첫 기소
직무 관련성 및 대가관계 인정
뇌물수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1호'로 기소된 김형준 전 부장검사가 2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첫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빠져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1호 기소' 사건인 김형준 전 부장검사(52·사법연수원 25기)의 뇌물수수 혐의 첫 공판이 열린 가운데, 김 전 부장검사가 "정치적 의도에서 공수처 수사가 이뤄졌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22일 각각 뇌물수수 및 공여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장검사와 박모(52) 변호사의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김 전 검사는 이날 진술 기회를 얻어 "지난 2016년 이후 6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정말 어두운 암흑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며 "그동안 갖고 있던 20여년간의 직업, 명예, 명분, 사회적 관계를 내려놓고 시간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에서 수사할 당시 혐의가 없다고 판단된 내용에 대해서, 공수처 검사님들이 아시겠지만, 무혐의의 진실을 확인하는 증거조사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부분을 기소했다는 것이 굉장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 믿어지지가 않는다"며 공수처의 결론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 변호사 역시 "당시 검찰에서 특별수사팀을 만들어서 가혹한 수사를 했는데도, 김씨가 뇌물을 줬다고 한 것들이 다 무죄가 났다"며 "만약 이 사건이 정말 죄가 되는 것이었다면 기소하던 검찰이 가만히 안 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부장검사 측은 공수처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이 사건을 기소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대응을 위해 열린 '전국 부장검사 대표회의'를 마친 부장검사들이 지난 21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김 전 부장검사 측 변호인은 "대선 직후인 3월11일에 공수처 1호 사건으로 기소가 됐는데, 이러한 고발 및 수사·기소는 증거와 법리에 따른 것이 아니라 검찰개혁, 지금은 검수완박이라 불리는 이슈로 삼기 위한 정치적 의도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016년 9월께 대검 감찰팀에서 김 전 부장검사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 끝에, 조금이라도 범죄 혐의가 인정된다고 본 부분은 기소했고 그럼에도 금전수수 부분에 관해서는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로 판단돼 확정됐다"며 이미 무혐의가 났던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공수처 수사에서 박 변호사가 결제한 카드내역 외에 뇌물수수 및 공여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었다고도 했다.

 

박 변호사는 "제 카드내역에 술값이 있으니 김 전 부장검사에게 준 뇌물이 아니겠느냐, 하는 추측 외에는 (공수처 측에)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이 사건을 제기한 사람(스폰서 김씨) 자체가 그 술자리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관련이 없는 사람인데, 그 사람의 진술과 카드내역만 가지고 어떻게 범죄사실을 입증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김 전 부장검사 측도 "2016년 3월과 4월께 카드결제 내역이 확인되는 것은 맞지만, 함께 마신 술값이 얼마인지도 명확히 특정되지 않았다"며 "김 전 부장검사가 당시 외부로 파견돼서 근무할 당시의 일이라 (직무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오는 6월8일 오후에 진행되는 2차 공판에서는 기존에 제출된 증거에 관한 증거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 2016년 옛 검찰 동료였던 박 변호사로부터 3차례에 걸쳐 총 1093만5000원 상당의 향응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5년 10월 박 변호사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을 대검찰청에 수사의뢰했는데, 당시 김 전 부장검사가 소속돼 있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에 배당된 이후 지난 2017년 4월 혐의없음 처분이 났다.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뉴시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 2016년 1월 인사이동 직전 소속 검사에게 박 변호사를 조사하도록 하고, 자신의 '스폰서'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던 중·교고 동창 김모(52)씨의 횡령 사건 변호를 박 변호사에게 부탁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는 김 전 부장검사가 스폰서 김씨 및 내연녀와의 관계에 있어 박 변호사를 대리인처럼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부장검사는 박 변호사가 무혐의 처분을 받기 전, 이미 인사이동으로 해당 부서를 떠나 직무관련성 및 대가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수처는 과거 담당 직무나 장래 담당할 직무까지도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관련 김 전 부장검사가 받은 금품과 직무 사이의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다만 금전거래에 따른 뇌물수수 혐의 부분은 불기소 처분했다.

 

이번 사건은 과거 검찰에서 한 차례 무혐의 처분이 나온 적 있어 재판 결과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이와 별도로 지난 2016년 10월 스폰서 김씨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검찰은 당시 김 전 부장검사와 박 변호사의 이번 뇌물수수 의혹도 수사했지만 '수사무마 대가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후 김씨가 지난 2019년 12월 이들을 경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다시 시작됐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가 지난해 6월 공수처로 이첩됐다. 공수처는 지난해 7월 이들을 입건한 뒤 지난 3월11일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관련 뇌물수수 및 향응접대 부분을 불구속 기소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