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서울 한남동에 있는 외교부 장관 공관을 관저로 쓰는 방안을 확정한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윤 당선인 측은 관저 결정에 당선인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에 대해선 “오보”라며 부인했다. 윤 당선인은 취임 후 한 달 정도는 서울 서초동 자택에서 용산구 새 대통령집무실로 출퇴근할 예정이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연 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관련 질문에 “보안, 경호 비용, 보안과 경호 비용, 공기 등 여러 가지를 감안해 새로운 곳(외교 장관 공관)을 사용하기로 사실상 결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배 대변인은 김 여사가 외교 장관 공관을 방문한 뒤 새 관저로 사실상 확정됐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외교 장관 공관이 새 관저로 낙점된) 이후 (김 여사가) 방문한 것”이라며 “먼저 가서 낙점해서 공관 변경하는 데 고려했다는 점은 오보”라고 선을 그었다.
애초 윤 당선인 측은 대통령집무실의 용산 이전에 맞춰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새 대통령 관저로 활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가 외교 장관 공관으로 선회했다. 육참총장 공관이 지나치게 낡아 리모델링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배 대변인은 ‘외교 장관 공관이 ’외교의 장‘으로 활용되는데 갑자기 대통령 관저로 사용하게 되면 그 대안이 없다’는 지적엔 “집무실과 공관(관저) 이전과 관련해선 TF(태스크포스)에서 실무진이 굉장히 오랫동안 많은 대안을 놓고 고민했다”고 반박했다.
외교부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외교부의 한 직원은 “다들 아는 것처럼 외교 장관 공관은 장관이 기거하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며 “외교활동에 필수적인 자산으로 외빈을 편하게 맞을 수 있는 곳인데, 향후 그 대안을 찾는 일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에선 공방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언론 보도 이후 “김건희의 관저쇼핑 놀이, 윤 당선인의 김건희 소원풀이 놀이”(김진애 전 의원)라거나 “멀쩡한 청와대를 고쳐 쓰면 될 것을 국방부를 내쫓고 이제는 외교 장관 공관마저 대통령 관사로 빼앗아 가면 외국 원수 외국 사절 등 외교 행사는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송영길 전 대표)라는 등 맹폭을 쏟아냈다. 이에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 “그저 당선인 배우자를 흠집 내기 위한 악의적인 꼬투리 잡기에 불과하다”며 “대통령 관저를 옮기는 데에 있어서 실제로 거주할 당선인의 배우자가 유력 검토되는 후보지를 둘러보는 것이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되물었다.
윤 당선인 측 청와대이전TF는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윤 당선인이 외교 장관 공관을 찾았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윤 당선인은 관저 이전과 관련해 외교 장관 공관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TF는 또 “‘외교 장관 쪽과 사전 약속 없이 깜짝 방문해 당혹감을 안겼다’는 내용 또한 사실이 아니다”라며 “김 여사가 ‘공관 정원에 있는 키 큰 나무 하나를 베어내는 게 좋겠다’고 언급했다는 부분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부연했다. TF는 “대통령 관저 이전 작업은 주민 불편, 소요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추진 중”이라고 부연했다.
새 대통령 관사 리모델링은 윤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는 내달 10일부터 시작된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은 취임 후 약 한 달 간 서초동 자택에서 용산 대통령집무실로 출퇴근할 예정이라고 한다. 배 대변인은 대통령 출퇴근길 경호에 따른 일대 교통 혼잡 문제 등에 대해 “아침과 저녁 출퇴근 시간을 고려해 일반 시민들에게 불편이 없도록 최선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고, 모의연습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윤 당선인 측은 서초동 자택에서 반포대교를 건너 이촌동 길로 들어선 뒤 옛 미군기지 부지를 거쳐 집무실로 이동하는 경로를 ‘메인 루트’로, 교통 상황에 따라 동작대교를 이용하는 등의 여러 대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