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과 정부의 핵심 아젠다로 떠오르면서 그 한축인 기후대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기후대응과 관련해 그동안 각국의 탄소 배출 감축 노력 및 목표 설정도 매우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유엔과 EU(유럽연합)가 이끌어온 글로벌 이니셔티브와 협약이 국제사회의 구심점이 되었다.
각 시대를 관통해온 기후대응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현재의 기후위기를 대처하고 가까운 미래에 탄소 중립을 이뤄야 할 당위성을 웅변한다.
유엔과 EU가 주도적으로 진행한 몇가지 상징적인 기후대응 역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88년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인 IPCC를 설립했다. 92년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연합기본협약(UNFCCC)이 채택되었고, 이 협약에 따른 당사국으로 현재 ‘196개국+EU’가 참여하고 있다.
97년 제3차 기후협약 당사국 총회(일본 교토서 개최)에서 구체적 감축 의무를 담은 교토 의정서(Kyoto Protocol)가 채택됐다. 이 의정서에는 부속서Ⅰ국가(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등 선진국) 및 부속서Ⅱ국가(개발도상국에 재원과 기술을 이전할 주요 선진국) 등이 나뉘어 담겼다. 또 1차 공약 기간(2008~12) 감축 의무를 부담하는 부속서B 국가가 전체 온실 가스 배출량을 90년 대비 5.2% 감축하기로 규정했고, 국가 간 온실 가스 감축량을 상호 이전할 수 있는 공동이행제도(JI)도 인정했다. 할당받은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는 제도(ET)와 더불어 비부속서Ⅰ국가(개도국)에서 부속서Ⅰ 국가로 감축량을 이전할 수 있는 청정개발체제(CDM) 제도도 도입했다.
2011년 17차 당사국 총회(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서 개최)에서는 2020년 이후 적용할 신기후체제를 준비하기로 합의했고, 이 합의(더반 플랫폼)을 바탕으로 2015년 21차 당사국총회(COP21)에서 195개국이 협의한 역사적인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이 채택됐다.
파리 기후협정은 장기 목표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한다’는 게 그 골자다.
이는 기후 변화로 인한 위험과 영향을 중대한 수준으로 줄인다는 데 인식을 함께한 합의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또 기후 변화의 부정적 영향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식량 생산에 위협을 끼치지 않는 선에서 기후 복원 및 온실 가스 배출을 적게 하는 개발을 돕기로 했다는 점도 주요 합의점이다.
이 협정에 참여한 국가들은 NDC(국가결정기여)를 제출해야 한다.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는 감축과 적응, 재원, 기술, 역량배양, 투명성을 포함한 각국의 자발적 기여목표로 제출하되, 제출 자체는 의무화하여 법적 구속력을 부여했다.
지난해 개최된 제26차 당사국 총회(COP26)에서는 대부분 국가가 파리 협정에 따른 NDC를 제출했으며, 석탄 발전은 폐지가 아닌 단계적으로 감축하자는데(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 위해 노력) 합의했다. 그리고 온난화 피해국에 대한 선진국의 기후변화 적응기금을 오는 2025년까지 19년 대비 2배 늘리기로 합의했으며, 탄소 감축분이 거래 양국 모두 반영되는 이중계상 방지 방안을 마련했다. 더불어 탄소 배출권 시장의 투명하고 통일된 규제·규범 확립을 위한 파리 협약 6조와 관련한 국제탄소시장 지침이 채택됐다.
EU는 90년대부터 ‘2도 목표’를 주장하면서 글로벌 기후대응에 선두주자로 활동했다. 2019년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현 집행위원장이 이끄는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기후대응 노력은 더욱 명확해졌다. EU 집행부는 집행위의 6대 핵심정책 중 첫번째로 유럽 그린 딜 전략(Communication on the European Green Deal)을 공표했으며, 신성장전략의 일환으로 오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2030년까지는 1990년 대비 온실 가스 배출 55% 감축)을 목표로 하는 파격적인 청사진을 발표했다.
작년에는 유럽 의회가 자체적으로 작성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보고서를 채택했으며, 그린 딜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한 유럽기후법(European Climate Law)을 발표했다.
EU 집행위는 나아가 유로존 정책 패키지인 ‘핏포(Fit for) 55’를 제안하고 CABM의 입법 초안도 제출했다.
김정훈 UN SDGs 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 지위 기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