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단독 의결되자 검찰과 법조계에서는 분노와 허탈함이 교차하고 있다.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 제대로 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법원·검찰·변호사협회 등 법조계 전문가들의 우려가 빗발치는 상황에서도 거대여당이 법안 처리를 일방적으로 강행했다는 것이다.
법사위는 이날 오전 0시 3분 전체회의를 열고 앞서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와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의결된 검수완박 법안인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상정, 기립 표결 방식으로 의결했다. 전체회의가 개회한지 8분, 법안들이 상정된 지 7분 만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날 낮부터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와 안건조정위원회 의결을 거쳐 이날 오전 전체회의까지 일사천리로 법안처리를 강행했다. 검수완박 입법 완료까지는 국회 본회의만 남았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를 열고 검수완박 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검수완박’ 강행이 현실화되자 검찰 내부는 들끓었다.
한 부장검사는 “공범에 대해 수사도 하지 못하도록 한 법안이 말이 되느냐”며 “이런 말도 안 되는 법안이 통과한 것이 개탄스럽다”고 했다. 또다른 검사는 “검찰의 수사를 배제하는 것이 설령 옳은 방향이라 가정하더라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믿기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는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우려의 목소리를 표하기도 했다.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은 25일 “조금이라도 수사에 관여한 검사가 기소나 재판에 도움을 준 경우 피고인 측이 사건 자체를 무효라 주장할 수 있다”며 “이런 사태에 대비한 조항이 없는 상태”라는 취지의 우려를 표했다고 한다. 김 차장은 앞서 18일에도 국회 법사위 소위에서 민주당이 발의한 ‘검수완박’ 원안에 대해 “이런 입법은 처음 본다”며 “개정안의 정당성,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 국민 기본권 보호와 사회안전 보장이라는 기본 가치에 미치는 영향, 검찰의 민주적 통제 필요성, 수사 전체에 미칠 영향, 해외 유사 법률 비교 등 제반 사정을 국회에서 면밀히 살펴 개정 내용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최종안에는 수사검사가 공소유지에는 참여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공소제기를 못 하는데 공소유지는 할 수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전날 열린 한국형사소송법학회 긴급토론회에서도 법학자들과 실무가들의 반대 목소리는 이어졌다.
이창온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입법의 움직임은 국가의 제도적 문제점이 발생하는 원인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제도를 의인화해 도덕적으로 비난한 뒤 제도 자체를 제거해버리고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유니콘을 도입하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용철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과 경찰은 상호 협력·견제로 공존해야 한다”며 “작금의 ‘검수완박’ 법률안 통과 시도는 아이러니하게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검찰개혁,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수사기관을 가져야 한다는 어젠다의 실현을 상당 기간 늦추거나 사실상 방기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한연규 서울남부지검 검사는 “일선 형사사법 실무는 점점 무너져 가고 있다”며 “무너진 형사사법으로 인한 국민의 사법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하게 될 것이고, 각종 문제가 불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경찰의 잘못도 검찰의 잘못도 아니다. 제도의 작동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명확히 법체계가 다름에도,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하는 기회도 갖지 않고 졸속으로 무리하게 제도 이식을 강행한 결과”라며 “아무리 검찰이 미워도 한 나라의 형사사법 체제의 근본을 뒤흔드는 입법폭주를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8일부터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변호사·시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열기로 했다. 변협은 지난 25일 입장문을 내고 “기준이 불명확할 뿐 아니라 기본 수사권을 박탈당한 검찰이 내실 있는 보완수사를 진행하기 어렵다, 성착취 범죄나 보이스피싱 등 민생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치명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검수완박’ 반대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