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27일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제발 퇴임하신 후에는 정말 행복하게 남은 삶을 사셨으면 좋겠다”며 “퇴임 후에 (정치권 등에서) 대통령을 걸고 넘어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걸고 넘어지면 물어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한 탁 비서관은 “(문 대통령이 퇴임 후) 잊혀 지려고 엄청나게 노력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는데 본인은 정말 잊혀지고 싶어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잊혀진다는 게 사라진다거나 잠행을 한다거나 이런 의미는 아니고 본인의 일상을 소소하게 꾸려가겠다, 그렇게 이해하는 게 훨씬 더 정확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탁 비서관은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인 내달 9일 청와대 출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환송 모임을 하자고 제안한 것을 두고는 “문 대통령이 저녁 6시에 퇴근하실 테니 만약 그런 자리가 만들어지면 대통령이 거기서 감사하다는 말씀 정도는 하실 수도 있다”고 전했다.
앞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지난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대통령님의 마지막 퇴근길이 외롭지 않도록 국민과 함께 보내드리고 싶다”면서 내달 9일 저녁 6시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모이자고 제안했다.
탁 비서관은 전날 JTBC에서 방송된 문 대통령과 손석희 전 앵커의 대담 프로그램을 두고 국민의힘 등에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선 “내로남불은 그쪽에서 이미 가져간 걸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요즘은 이준석(국민의힘 대표)의 이중잣대, ‘이준잣대’라는 말이 많더라”며 “그 표현이 (내로남불보다) 더 와닿는다”고 비꼬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청와대 완전 개방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 탁 비서관은 “(문재인정부도) 여민관과 일하는 사무실을 제외하고는 다 개방하지 않았나. 뭘 더 개방할 수 있느냐는 생각이 든다”면서 “본관이나 상춘재 안까지 다 열어놓고 사람들이 들어오게 한다면 관리가 될까 하는 의문도 든다”고 지적했다
탁 비서관은 이어 “이쪽(청와대 건물)으로 새 정부 사람들이 안 들어오기 때문에 인수인계할 게 거의 없다. 실무자로서는 비극적인 일”이라며 “새 정부가 문재인정부에게 크게 인수인계를 받으려 하지 않는 것 같다. 여러 면에서 짐 싸기가 한결 수월하다”고도 덧붙였다.
최근 윤 당선인이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에 출연한 것을 놓고 탁 비서관은 “문 대통령이 손 전 앵커와 일대일 대담을 하는 즈음에 윤 당선인은 (유퀴즈 출연자인) 유재석씨와 예능프로그램에 나갔는데 상당히 공교롭다”며 “우연의 일치인데 두 사람의 차이를 드러내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가 과거 CJ ENM 측에 문 대통령의 유퀴즈 출연을 타진했다 거부당한 일이 알려져 논란이 된 것에 대해선 “대통령뿐 아니라 청와대 이발사, 구두 수선하는 분 등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이라며 “제작진이 어렵다는 뜻을 밝혔고, 굳이 강권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탁 비서관은 “(논란 이후 CJ 측에서) 연락이 한번 왔지만, 저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그쪽에서 아무 얘기 못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