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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쟁, 남의 일 아냐… 일제 강점 겪은 韓 함께 했으면”

한국외대, 우크라이나 평화기원 전시회 개최
한국외국어대학교 우크라이나어과가 개최한 ‘우크라이나 평화기원 전시회’에 소개된 작품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남의 일이 아닙니다. 한국도 일제 강점기를 겪은 만큼 우크라이나가 어떤 상황인지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크라이나는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5년째 살고 있는 우크라이나인 이벨리나(30)씨는 27일 한국외국어대학교 우크라이나어과가 개최한 ‘우크라이나 평화기원 전시회’를 둘러본 뒤 이렇게 소감을 전했다. 명동성당 1898갤러리에서 다음달 2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사진, 포스터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현지 가족 생각하며 전시회 찾은 우크라이나인들

 

이벨리나씨는 전시회를 보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거주하는 가족을 떠올렸다. 그의 가족은 지난 2월26일 집 앞 건물이 폭격으로 붕괴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목격한 뒤, 함께 살던 고양이 한마리만 품에 안은 채 서둘러 지하 벙커로 향했다고 한다. 그렇게 한달 동안 벙커에서 지내다가, 지난달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상황이 나아졌기 때문이 아니다. 이벨리나씨는 “친구 부모님 집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그곳에 있던 강아지가 죽기도 했고, 친구의 친구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상황에 초연해졌을 뿐이다. “이제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죽는다면 죽을 수밖에’ 싶은 마음이라고 합니다. 언제까지나 지하에서 지낼 수는 없으니까요”라고 그는 설명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우크라이나어과가 개최한 ‘우크라이나 평화기원 전시회’를 둘러보는 시민들

그러면서 “어떤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에 ‘전쟁을 멈추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멈추기 위해서는 러시아를 멈춰야 합니다. 우크라이나가 시작한 전쟁이 아니잖아요”라고 호소했다.

 

쉬만스카(30)씨도 “우크라이나에 계신 부모님 생각을 하며 전시회에 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쉬만스카씨는 코로나19가 확산한 뒤로 지난 2년 동안 가족을 보지 못했다. 그는 “이제 부모님과 연락하면 ‘오늘 폭격이 있었는지’ 묻는 게 안부 인사가 됐다”고 했다.

 

이어 “한국 사람들에게 우크라이나 인지도가 낮은 것 같다”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많은 사람이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우크라이나어과가 개최한 ‘우크라이나 평화기원 전시회’ 포스터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리의 전쟁이나 마찬가지”

 

전시회를 주최한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학과장 홍석우 교수는 “붕괴된 건물과 전쟁 난민 등을 통해 전쟁 참상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동시에 우크라이나인들이 문화재를 보호하고 거리 음악을 이어가는 모습, 전세계 시민들이 시위로 전쟁에 저항하면서 하나가 되는 모습을 통해 희망도 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홍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바로 우리의 전쟁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번 전시회가 한국인들이 우크라이나인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홍 교수와 함께 전시회를 준비한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백지현(22)씨는 “한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심을 갖고 있고,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용기를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전시회를 준비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