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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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넘게 필리버스터 한 권성동 “文 대통령 ‘검수완박’ 거부권 행사해주길”

“국민 뜻은 여야 합의보다 무겁다…재협상 거부는 오만의 정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검수완박' 관련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상정된 제 395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첫 주자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권성동 국민의힘의 원내대표는 27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을 저지하기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첫 번째 주자로 나서 “검찰을 껍데기만 남기겠다는 심보”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5시12분께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시작해 검수완박 법안 추진 배경과 문제점 등을 설명하며 오후 7시14분까지 2시간2분 동안 발언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금 민주당은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검수완박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한다”며 “민주당의 검수완박 원안은 기만적 정치공학의 산물”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을 향해선 “회기 쪼개기와 같은 꼼수와 편법을 동원해서 필리버스터를 사실상 무력화시키고 있다”면서 “국민의힘은 검수완박법에 대한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두고 민주당에게 재협상을 요구했으나 민주당은 이를 전면 거부하였다”며 재협상 결렬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

 

그는 또 “(민주당이)가장 많이 외친 것 중 하나는 검찰개혁이다. 개선된 것이 아니라 개악이 됐다”며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진짜 검찰개혁이라면 지난 5년 동안 무엇을 하다가 대선이 끝난 후 정권 말기에 마치 군사작전하듯이 법안 통과를 하려고 하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그러고는 “검찰이 자신들의 칼과 창의 역할을 할 때는 원하는 대로 늘려줬다가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자 대폭 축소하면서 검찰 무력화 시도에 나섰다”며 “정권이 교체되자마자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고 나서는 것이다. 검찰 길들이기가 실패하니까 이제는 검찰을 껍데기만 남기겠다는 심보”라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국민의 뜻은 여야의 합의보다 무겁다”며 “민주당의 재협상 거부는 국민과 맞서 싸우겠다는 오만의 정치일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이 틀렸다고 하면 고쳐야 한다”며 “자신의 철학과 노선이 있더라도 항상 국민의 눈높이에서 점검하고 또 점검하고 되돌아보는것이 정치인의 책무이자 의무”라며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운 민주당에 반대했다.

 

권 원내대표는 로마의 정치가이자 변호사인 키케로가 재판정에서 발언한 ‘쿠이보노(과연 누가 이익을 보느냐)’를 거론하며 “검수완박으로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자는 누구인가”라고 묻곤 “바로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 의원들을 바라보며 “청와대 사람 중 감옥에 갈 사람 20명이 누구인가”라고 반문하고 “권력자도 범죄를 저질렀으면 처벌을 받는 것이 바로 민주국가”라고 했다.

 

아울러 “3년 전 패스트트랙으로 졸속 통과한 검경수사권조정으로 인해 현장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며 “국민들이 지금 분노하고 있는것은 민생에 폐를 끼치는 형사사법시스템 개악의 문제점을 제대로 시정하지 않고 더 큰 해악을 부를 수 있는 검수완박을 추진한다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감옥을 운운하면서 검수완박법이 필요하다고 강변하고 있다”며 “스스로 검찰 수사가 두렵다고 고백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검찰에 대한 적개심으로 시한부 수사권을 줄 것이 아니라 다른 수사기관의 역량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논의부터 선행돼야 한다”며 “국민이 재협상을 원한다면 우리 역시 재협상에 임해야 한다. 야합이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면 그 의심을 우리가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을 향해선 “절대로 민주당과 다른 갈을 가야 된다”며 “민주당이 주장하는 정의는 결코 정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의당 여러분께서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기 바란다”며 법안 통과 저지에 나설 것을 독려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내놓은 중재안을 받아들인 이유에 대해선 “빈손으로 돌아갈 수 있는 강경 투쟁보다 지연 전술을 통해 비록 차악이라도 반전의 계기를 심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막기 위해 중재안 협상에 응했다. 인기 있는 정치보다 책임 있는 정치를 하겠다는 나름의 결단”이라고 해명했다.

 

권 원내대표는 “우리 국회는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붕괴시킬게 뻔한 이 악법에 단호하게 맞서야 한다”며 “비록 국민의힘이 소수정당일지라도, 국회의원으로서 헌정질서수호를 위헤서 민주당의 기만적 악법에 맞섰다는 사실을 역사에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에 “국민을 잠시 속일 수는 있으나 국민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언론이 지켜보고 있고 역사는 기록하기 때문”이라며 “바로 이순간 민주당은 자기 손으로 또 다시 부끄러운 역사를 쓰고 있다. 만약 검수완박 악법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오늘은 민주당이 부끄러움을 넘어서 대한민국 국회와 헌정의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원내대표는 “검수완박법 발의한 민주당도 국민들에게 설명이나 해명을 제대로 못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검찰개혁을 완성했던 그 때와 지금의 차이점을 설명하지 못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노력도 하지 않고, 그렇다면은 이 법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저는 문재인 대통령께서 단호히 이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주기를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마스크를 쓴 채 필리버스터를 이어간 권 원내대표를 향해 국민의힘은 응원 구호를 외친 반면 민주당은 간간이 고성 섞인 항의로 불쾌감을 드러내며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