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사람이 없어도 눈치가 보여 마스크를 못 벗었는데… 이젠 좀 편히 달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서울에 사는 직장인 임모(38)씨는 집 근처 공원에서 달리는 것이 취미다. 전속력으로 달려 땀이 날 때면 축축해진 마스크가 거추장스러웠지만, 잠시 마스크를 내렸다가도 저 멀리에서 사람이 오면 재빨리 올리곤 했다. 임씨는 “서로 간격이 꽤 있는데도 마스크를 쓰고 달릴 때면 뭘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마스크 없이 달리는 게 소원이었는데 맨 얼굴로 바람을 맞을 수 있다니 행복하다”고 말했다.
2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져 1년 반 만에 ‘맨 얼굴의 자유’를 맞는 이들의 기대감이 높다. 길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갑갑함을 느꼈던 이들은 “야외에서라도 편히 다닐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반겼다. 하지만 실외 마스크 의무 해제가 실내 마스크 착용 해이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불안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1일 포털사이트의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실외 마스크 해제를 반기는 글이 줄을 이었다. 본인을 20대 직장인이라 밝힌 A씨는 “벚꽃놀이하러 갔을 때 주변에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무개념’이라고 생각할까 봐 사진 찍을 때도 마스크를 못 벗어서 아쉬웠다”며 “한산한 야외에서 마스크는 방역 목적이 아니라 서로 눈치 보여서 쓰는 것 같다. 이런 곳에선 벗을 수 있다니 좋다”고 썼다. “마스크를 주머니에 넣고 집을 나설 생각 하니 설렌다”, “날씨가 더워지는데 잘 됐다”는 글도 많았다.
대학생 김모(26)씨는 “이제 곧 여름이라 물놀이하러 갈 일이 많아질 텐데 마스크 벗고 편하게 놀 수 있다니 좋다”며 “실효성 없던 규제를 없앴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 돌 된 아이를 키우는 이모(35)씨는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마스크를 써서 마스크를 안 쓰고 밖에 나가면 큰일 나는 줄 안다. 이런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날도 더워지는데 아이가 놀이터나 공원에서 마스크 없이 놀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다만 실외 마스크 해제가 ‘코로나19 종식’이란 신호로 잘못 받아들여져 방역이 해이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손님과 갈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마스크 착용 초기처럼 실내 매장에 들어오는 손님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다가 마찰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편의점 직원 이모(28)씨는 “‘잠깐만 들어와서 하나만 사고 바로 나갈 것’이라면서 마스크를 안 쓰고 들어오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며 “2년 넘게 마스크 문제로 다툰 게 하루 이틀이 아닌데 이런 문제가 늘어날 것이라 생각하니 골치 아프다”고 토로했다. 카페 직원 B씨도 “일도 바쁜데 마스크 없이 들어온 사람들한테 마스크 쓰라고 계속 안내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도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어져 불안을 느끼는 학부모들도 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가 있는 C씨는 “체육 시간에 축구 등을 하다 보면 접촉도 있고 침방울도 튈 것 같은데 괜찮을지 걱정”이라며 “아이들이 실외에서 안 쓰다 보면 실내에서도 쓰기 싫어할 것 같아 그런 점도 걱정된다”고 했다.
정부의 해제조치에도 당분간은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다닐 것이란 이들도 많다. 직장인 김모(30)씨는 “실외라도 주변에 사람이 많으면 불안할 것 같다“며 “어차피 밖에 있다 실내로 들어가니 착용 의무가 해제돼도 마스크는 항상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4살, 6살 아이를 키우는 정모(40)씨는 “유치원에서 산책 시간이 있어서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는데 ‘학부모 걱정이 많아 당분간은 마스크 착용을 유지하겠다’고 안내 문자가 왔다”며 “의무가 해제돼도 바로 벗고 다니기는 어려울 것 같다. 주변에서도 당분간은 쓰고 다닐 것이란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실외 활동은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이 낮아 실외 마스크 의무 해제 조치가 유행에 직접적인 영향은 주지 않겠지만, 실내 마스크 착용률을 낮추는 시그널이 될 수 있다”며 “모니터링과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