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과거 삼성전자 노무 자문위원 활동 이력이 그의 장관직 수행에 ‘공정성 논란’을 끼얹은 가운데, 이 후보자가 삼성그룹 측으로부터 상당한 연구용역비를 수수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2일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실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2020년 5월부터 약 세 달간 ‘지속가능 경영과 노사관계: 노사관계 시스템 이론’이라는 주제의 연구 용역을 수행했다. 발주처는 삼성그룹 산하의 비독립 민간 경제전문 연구법인인 ‘삼성글로벌리서치’다. 이 후보자는 해당 연구를 진행하면서 연구용역비 2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글로벌리서치는 이 후보자에게 연구용역을 의뢰하면서 계약서에 비밀보장조항을 넣어 자료를 대외비로 관리했다. 이 후보자 측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 폐기를 전후해 조직된 노동조합을 통해 합리적 노사관계를 안착시키는 것이 우리나라의 노사관계에 있어 유의미하다고 판단했다”며 “삼성에 노사상생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중장기적 노사관계 발전 방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2019년 11월에 설립됐고, 이재용 부회장은 2020년 ‘무노조 경영’ 방침을 폐기했다.
이 후보자의 삼성전자 자문위원 활동 내역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2020년 9월부터 지난달 14일까지 삼성전자 자문위원으로 19개월 동안 활동했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매달 200만원씩 도합 3800만원을 지급했다. 여기에 더해 연구 용역으로도 적잖은 금액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특정 기업을 위해 일하던 인사가 고용장관으로서 공정한 정책 집행을 할 수 있겠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후보자가 참석한 삼성전자 자문회의 안건을 보면 노동환경에 대한 사측의 대응을 논의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 것으로 분석됐다. 예컨대 지난해 3월 열린 자문회의에서는 노조법 개정 주요 내용과 전망을 논의했다. 이 시기 정부는 해고자·실업자가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노조원 자격을 확대한 노조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같은 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주요 내용과 영향을 분석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근로시간면제제도 개편 논의와 전망, 불법 파견과 직고용 이슈 관련 외부 사례를 두고 논의했다. 특히 고용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되기 직전 새 정부의 고용노동정책을 주요 안건으로 하는 삼성전자 경영진 간담회에도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노동계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15대 대선 당시인 1997년 12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지도부의 김대중 전 대통령 지지선언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으나 이듬해 5월 정권이 바뀐 뒤 서울남부지검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는 당시 한국노총 기획조정국장으로 재직했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대선을 앞두고 김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내용의 문건을 각 언론사와 22개 산별노조등 300여개소에 배포하는 등 선거법상의 규정을 위반한 혐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