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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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친노계 현역의원, 靑기념품 지정 청탁 의혹

민주 김모 의원 靑 매점운영자에
전통주 업체 연락처 문자로 보내

문재인정부 들어 남북정상회담 만찬주로 이름을 알렸던 전통주를 청와대 기념품으로 재지정하기 위한 친노계 입김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7년 김모 의원이 당시 청와대 매점 운영자 김모씨에게 보낸 문자 내용. 문자에는 전통주 업체 관계자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2일 제보자 김모씨에 따르면, 현재 국회의원이자 청와대 비서관으로 근무했던 더불어민주당 김모 의원은 2017년 문 정부 초기, 청와대 매점 운영자였던 김씨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전통주 ‘000’을 청와대 기념품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씨는 “김 의원이 전화를 걸어와 전통주와 몇몇 업체 제품을 청와대 기념품으로 다시 지정하라는 식으로 요청했다”면서 자신이 받았던 관련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2017년 8월 김 의원이 김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이 전통주를 제조하는 업체 관계자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김 의원은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하며 기념품이나 대통령 선물 선정 관련 업무를 담당했으며, 2017년 당시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의 농업회사법인 ㈜봉하마을 대표이사였다.

 

이 전통주는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기념품으로 판매됐지만 이명박정부가 들어선 2008년 즈음부터 기념품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김씨는 “납품받는 제품의 질이 갈수록 떨어진다고 생각했고 단가나 물량 등에 대해 요구사항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기념품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외 당시 업체 측이 접촉해 왔고 심지어 같은 정부 출신끼리 왜 그러느냐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씨가 업체의 이런 부탁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뒤 김 의원이 다시 이 전통주를 청와대 기념품으로 채택해 달라고 요청을 해 왔고 김씨는 끝내 입점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사진=이제원 기자

청와대 매점 기념품은 청와대 근무자들에게 판매되며 사전에 매점 운영자가 제작 요청서를 작성하고 청와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청와대 매점 기념품이 되면 청와대 직원들의 명절 선물 등으로 쓰이고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한 법조 전문가는 “해당 내용이 사실이라면 특정 업체에 이권을 주기 위해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하려 한 것으로 부적절해 보인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김씨의 청탁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의원은 “김씨가 이미 (업체) 번호를 알 텐데 내가 연락처를 전달할 이유가 없고 청와대를 나온 이후로 (김씨와) 이런 연락하지 않았다”며 “전통주 업체와 청와대가 조건이 맞아서 계약한 것이지 내가 왜 관여했겠나”라고 말했다. 해당 전통주 업체 관계자도 “김 의원이 청와대를 나온 이후로는 안부 연락을 한 게 전부”라며 “청와대 기념품으로 지정해 달라고 청탁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감사원의 청와대 감사 뒤인 2018년 7월 매점 운영권을 잃었고, 이 전통주는 김씨에 이어 새로 운영권을 받은 청와대 매점에서 2019년부터 기념품으로 판매 중이다.


구현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