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전쟁에서 더불어민주당과 한배를 탔던 정의당이 2일 ‘중도 이탈’을 선언했다.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해선 소속 의원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으나, 3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이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사회적 약자와 시민 피해’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거대 의석수를 등에 업은 민주당은 예고한 대로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3일 본회의 통과를 강행할 전망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안까지 처리되면 74년간 이어져 온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가 일거에 무너져 내리게 된다.
민주당은 국민 삶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입법을 공청회 한 번 열지 않은 채 강행 처리에 나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따른 부작용과 불확실성을 고스란히 국민들이 감내할 수밖에 없어서다.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와 시민사회 등 각계에서 입법 저지 총력전이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상정된) 형사소송법 개정안 중 경찰 불송치에 대한 이의신청 대상에 고발인을 제외하는 조항은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에 없던 내용”이라며 “장애인, 아동 대상 범죄 등 사회적 약자와 공익 고발, 신고의무자 고발 등에 있어 시민들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의당의 우려와 입장이 반영된 표결을 할 것”이라고 했다. 당 차원에서 반대 표결을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민주당은 자당 출신 무소속 의원들을 제외하고도 168석을 갖고 있어 정의당 의원 전원(6명)이 반대표를 던진다고 해도 본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박 의장을 찾아가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3일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입법을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박 의장에게) 본회의에서 처리할 안건과 입장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의를 대변해야 할 국회가 입법독주의 레드라인을 넘어 급기야 헌정의 데드라인으로 달려가고 있다”고 맹비판을 쏟아 냈다. 그는 “헌정 수호라는 대통령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거부권 행사가 마땅하다”고 문재인 대통령을 압박하는가 하면, 박 의장과 면담에선 3일 본회의 개의 시간을 국회법에 규정된 오후 2시에서 오전 10시로 앞당겨선 안 된다고 항의했다. 민주당은 3일 오전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처리한 뒤 앞서 본회의를 통과한 검찰청법 개정안과 함께 오전 중 열리는 문 대통령 임기 내 마지막 국무회의를 통해 법안을 공포, 검수완박 입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법조계의 반발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재의 요구 관련 건의가 담긴 공문을 발송했다. 박 장관이 법제처장에게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재의 요구 심사를 의뢰하는 한편, 국무회의에 의견서를 제출해 회의에서 재의 요구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취지다. 헌법 53조에 규정된 재의 요구권은 대통령이 법률안을 국회로 돌려보내는 사실상의 ‘입법 거부권’이다.
검찰총장 직무대리인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는 이날 오후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지난 한 달 사이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헌법이 정한 검찰제도를 부정하는 입법이 추진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현직 부장판사도 가세했다. 한윤옥 울산지법 부장판사는 법률신문 기고 글에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손발을 잃은 검사의 기소권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권한이 되고 만다”며 “형사사법시스템이 거꾸로 질주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논평에서 “힘 있는 정치인과 공직자에게 면죄부를 쥐여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검수완박 법안이 범죄 고발인의 기본권과 인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진정을 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