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현직 부장검사 “‘검수완박’ 입장 표명 없는 권익위·선관위는 직무유기”

사진=연합뉴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의 입법 마무리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의 수사권 박탈로 영향을 받는 다른 국가기관들도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는 전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국민권익위원회와 국가인권위원회, 선거관리위원회 등 유관기관도 검수완박 법안에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부장검사는 “‘검수완박’ 법안은 검찰의 수사, 기소 기능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기관의 기능수행에도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 명백하다”며 “그럼에도 해당 기관이 국회 통과, 국무회의 상정 등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입장, 의견조차 피력하지 않은 채 눈감고 있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해당 유관기관들은 국민의 인권보호, 안전 보장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어떠한 입장인지 명백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권익위 운영법률에 의하면 권익위는 위원회 명의로 검찰, 공수처 등 관할 기관에 공직자 등을 고발할 의무가 있고,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는 재정신청권이,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는 이의신청권이 있다”며 “검수완박 법안이 시행되면 위 이의신청권은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배제하는 형사소송법과 정면 충돌한다”고 꼬집었다.

 

선관위에 대해서도 “검수완박 법안에 의하면 선관위 또한 이의신청권이 박탈되므로 이번 지방선거 사건은 대부분 선관위의 이의신청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결국 선거부정행위 단속, 처벌 등 선관위의 적절한 기능수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도 선관위가 우려 표명조차 하지 않는 것은 부정선거를 방치하고 공명한 지방선거 관리를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 중구 소재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인권위의 ‘무대응’도 비판했다. 그는 “제3자 고발인의 이의신청권을 전면 박탈해 범죄 피해자의 평등권, 재판청구권 등을 명백히 침해하는데도 인권위가 이를 무시하면서 침묵으로 일관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권이 관습헌법에 해당하며 이를 없애는 ‘검수완박’은 법률이 아닌 헌법 개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수산나 인천지검 부장검사는 같은 날 ‘이프로스’에 “헌법재판소는 우리 헌법상 관습헌법이 인정되며, 관습헌법은 하위법률의 형식으로 개정할 수 없고, 헌법개정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검찰 수사권은 건국 이래 70년간 지속해 온 것으로 신체의 자유와 관련된 헌법 관행”이라며 “국민이 그 존재를 인식하고 관행으로 인정할 만큼 충분한 기간 계속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은 수사의 주재자로서 검사의 지위에 관한 명확한 내용을 규정했고, 이는 국민들의 폭넓은 의견일치를 얻고 있다”며 “따라서 검사의 수사권은 관습헌법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사의 수사권 박탈은 관습헌법 폐지에 해당되어 헌법 개정사항으로 볼 수 있다”며 “검찰수사권 폐지는 다수 당의 입법 독주만으로 법률안이 공표·발효되어서는 아니되며, 적어도 실질적 헌법사항에 대한 개정에 해당되므로, 헌법개정 절차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