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공개한 국정과제에서 여성가족부의 성평등 및 여성 정책 총괄 기능이 빠지면서 새 정부가 부처 폐지 밑그림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수위가 여가부 폐지 등을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을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루고 현 정부 조직체계를 일단 유지하기로 한 데 따라 당장 폐지 수순을 밟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기능면에서는 사실상 폐지와 다름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발표된 새 정부 국정과제 가운데 성평등 및 여성 정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주무부처로서 여가부의 조정·총괄 기능 삭제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에서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을 기치로 내걸고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 및 여가부의 성평등 정책 총괄·조정 기능 강화를 내세웠던 것과 대비된다. 여가부 주관 업무로 명시됐던 '젠더폭력 방지 국가 책임 강화'도 빠졌다.
여성 고용 증진, 저출생 대응, 청소년·다문화가족 지원, 성범죄 피해자 보호 방안 등 여가부의 기존 세부 업무도 법무부 등과 협업하거나 타부처가 소관 업무 범위에서 소화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여성 직업인 관련 정책도 각 부처 소관 업무 범위에서 추진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여성 창업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여성 과학자 육성을 지원하는 식이며, 경력단절 여성 지원 및 성평등 일자리 구현 정책은 고용노동부에서 담당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천명한 공공부문 여성 진출 확대 계획 역시 빠졌다.
저출생 대응 방안은 보건복지부가 부모의 양육부담 완화, 아동의 성장 지원을 담당하고, 고용노동부가 육아휴직 확대,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등을 전담하는 식으로 나뉜다.
아동·청소년 지원 방안도 복지부가 보호아동 탈시설 로드맵 마련, 가정형 보호 확대를 추진해 국가 보호책임을 강화한다. 학교 밖 청소년 안전망 강화 및 다문화가족 등 지원은 여가부가 법무부와 협업한다.
새 정부는 범죄 피해자 보호 관련 모든 제도를 피해자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목표하에 여가부와 법무부가 함께 강력범죄 피해자를 위한 치유지원을 강화한다.
또 디지털성범죄 피해자들의 잊혀질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여가부·법무부·방통위 협업을 강화해 불법촬영물 삭제에 나선다.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맞춤형 증거보전 제도를 마련하고, 법률구조 서비스에서 사회적 취계층을 우선으로 지원한다.
이를 두고 여성계 전문가들은 여가부가 여성·청소년 정책 주무부처의 핵심 역할을 잃게 됐다고 풀이했다.
한국여성학회장을 지낸 신경아 한림대 교수는 "여가부 고유의 업무를 다른 부서로 쪼개면, 기존 성인지적 관점을 갖고 정부 전체 업무를 총괄하던 기능을 버리는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여가부를 폐지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차인순 국회의정연구원 겸임교수는 "원래 여가부는 다른 부처와 협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지만, 여가부가 성평등 주무부처로서 핵심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그런 내용이 빠져 아쉽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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