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일 국무회의에서 개정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등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을 최종 공포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74년 이어 온 형사사법체계를 공청회 한 번 없이 법안 발의(4.15)에서 국회 의결·공포(5.3)까지 불과 18일 만에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은 입법예고 규정, 안건조정위 구성, 본회의 개의 시간 등을 편법과 꼼수를 총동원해가며 국회법상 법률심의 절차를 무력화했고, 청와대도 이날 법안 공포를 위해 국무회의 시간을 늦추는 등 법 강행 처리에 가담했다. 개정 법은 공포 후 4개월 뒤부터 시행돼 오는 9월이면 효력을 발휘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검찰개혁 관련 법안을 임기 안에 책임 있게 심의해 해결하기 위해 국무회의 시간을 조정해 개최했다”고 말했다. 또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 선택적 정의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다”며 “국회가 수사와 기소의 분리에 한 걸음 더 나아간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는 이날 오전 본회의를 열고 검수완박 마지막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원 293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64명, 반대 3명, 기권 7명으로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이번 ‘검수완박’ 정국에서 168석의 거대 의석수를 등에 업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사보임과 ‘기획 탈당’, ‘회기 쪼개기’ 등 각종 ‘꼼수’로 다수당의 독주를 저지하기 위한 소수 정당의 견제장치를 무력화했다. ‘의회독재’ ‘국회법 농락’ 등의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지난 7일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국회 법사위에 보임해 안건조정위 무력화를 시도했고, 양 의원이 반발하자 법사위 소속 민형배 의원을 탈당하도록 해 무소속 신분으로 만든 뒤 안건조정위에 배치했다. 또한 회기를 법안이 상정된 당일로 하는 ‘회기 결정의 건’을 잇달아 처리해 ‘회기 쪼개기’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조기 종료시켰다. 이날 본회의 시간도 국회법에 따르면 오후 2시에 열려야 하지만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협의 없이 당일 국무회의 공포를 위해 오전 10시 개의를 강행했다. 문 대통령도 국무회의를 오전 10시에 하던 관행을 깨고 임기 내 공포하고자 오후 2시30분에 개의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를 논의하기 위해 국회 ‘사법개혁 특별위원회’(사개특위)를 구성하는 안건도 처리했다. 사개특위는 추후 논의를 통해 향후 6개월 내 중수청 입법 조치를 완료하고, 1년 이내 중수청 출범과 동시에 검찰 직접수사권을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오늘의 폭거를 역사가 기억할 것이고,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김형동 수석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오늘은 대한민국 ‘입법 독재’의 날”이라며 “절차와 원칙도 꼼수와 편법 앞에 무너져 내렸고 의회민주주의는 무참히 짓밟혔다”고 말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74년 된 형사사법체계가 무너지고 의회주의와 법치주의는 조종을 고했다. 여기에는 채 하루도 필요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검찰과 법조계, 시민사회 등도 “국민을 외면한 입법”이라며 한목소리로 비판에 나섰다. 박성진 검찰총장 직무대리(대검 차장검사)는 “국회는 물론 정부에서조차 심도 있는 토론과 숙의 과정을 외면하는 등 법률 개정 전 과정에서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이 준수되지 않아 참담할 따름”이라고 개탄했다. 보수성향 시민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군사 작전하듯 위헌이라 평가받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금이라도 반민주적인 법안 통과를 중지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검찰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