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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천 명단에 ‘○X△’ 표시?… 민주 제주도당 공천위원장 제 사람 심기 의혹

중립 지켜야 할 제주도의회 의장이 위원장 맡아… 공천 후폭풍

6·1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을 맡은 제주도의회 의장이 측근을 공천하기 위해 단체 대화방에서 규정을 어겨가며 노골적인 개입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4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민주당 제주도당 상무위원회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보면 좌남수 공관위원장이 상무위원 명단 곁에 ‘○×△’ 표시를 한 문건을 공유했다. 좌 위원장은 실수로 올렸다고 해명했지만, 공천 과정에서 이뤄진 좌 위원장의 문건은 ‘제 사람을 심고자 한’ 확실한 증거라고 일부 상무위원들은 주장하고 있다. 제주도당은 이날 오후 제주도의원 비례대표 공천 후보자 순위 선정을 위한 상무위원 투표를 공지했다. 특정 표시를 한 문건은 ‘마치 심판위원장이 비례대표 도의원 투표 전 후보를 점찍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상무위원회 단체 대화방은 현직 도의회 의원과 도당 당직자 51명이 가입돼 있다. 한 상무위원은 “공관위원장이 특정 후보 내정 작업을 한 것”이라며 “불법·불공정 공천”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대선 패배를 성찰하고 반성해야 핵심 인사가 제 사람 밀기위해 선거인단 성향을 분석하는 행위를 했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상무위원은 “그동안 위원장이 지역구와 비례대표 경선에서 특정 후보를 돕는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는데, 이번에 확실한 증거가 나왔으니 당사자는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례대표를 신청한 당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후순위로 밀린 장애인 신청 후보는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비례대표 신청 당원은 “위원장이 특정인을 비례대표로 밀고 있다는 의혹이 파다했다”며 “이번 공유 문건으로 그 의혹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좌 위원장이 “지난 대선 당시 선거운동 출결을 확인하려고 작성했다가 중단한 자료가 실수로 일부 공유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또 다른 상무위원은 “출결이라면 표시가 하나여야지 세모는 무어고, 동그라미가 양쪽에 있는 건 또 뭐냐”, “이재명 후보를 거론하지 마라. 제주에서 지난 대선과정을 저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다. 갖다 붙일 걸 붙이라” 등 좌 의장의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민주당 제주도당은 도의원 지역구 공천 과정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제주시 노형갑의 경우 중앙당이 제주도당에 경선 후보 재심의 절차를 다시 진행하라고 통보했지만, 번복 재번복을 거쳤다.

 

공관위는 노형갑 경선 대상자로 고현수·문경운 도의회 비례대표 의원과 양경호 예비후보 3명을 지목했고 고·문 예비후보는 양 예비후보의 전과 기록 때문에 공천 심사 기준에 미달한다며 반발했다. 도당 재심위는 양 예비후보가 당대표 포상을 받아 경선 배제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중앙당은 관련 절차를 다시 진행하라고 주문했다. 경선 후보 간 재심의 논란으로 중앙당 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결을 두 차례나 거쳐 도당은 양 후보를 경선 후보에 올렸고, 권리당원 경선 결과 최종 후보로 공천됐다. 양 후보는 좌남수 위원장이 의장을 지냈던 한국노총 출신이다.

양 후보는 “지난 2000년 한국노총제주본부 총무국장으로 재직하고 있었을 때, 복지센터 시설 보수가 필요해 제주도정에 보조금을 신청했었다”며 “보조금을 수리비로만 사용해야 하는 게 원칙이긴 하나, 당시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인해 직원들의 인건비 마저 부족한 상황이었다. 단돈 1원의 횡령이나 편취 등이 없었다. 전·현직 임원 4명과 같이 처벌받은 사건이었다””며 사기죄 전과에 대해 해명한 바 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논평을 내고 “민주당의 비례대표 공천을 당 상무위원들의 투표로 결정하겠다고 해놓고는 좌남수 위원장은 상무위원들의 SNS 단체방에 상무위원의 성향을 파악하고 ○×△를 표시해 놓은 문건을 게시했다. 그리고는 손자탓을 하면서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누가 봐도 공천관리위원장이 비례대표 후보에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했다는 정황이 뚜렷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좌남수 의장은 이제 그만 편파적인 공천관리위원장직에서 내려와 지방정가의 원로로서 도의회 수장으로서의 최소한 품위를 지키면서 정치인생을 마감하길 바란다”라며 “온갖 오물과 흙탕물이 튀기는 자리다툼의 아수라장 속에서 마지막까지 탐욕과 아집의 굴레에 갇혀 있지 말기를 바란다”고 성토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