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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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일→5월5일… 권리 무시→한 명의 개인… 어린이날·아동 권리 100년의 변화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놀이마당에서 열린 '놀이한마당' 행사를 찾은 어린이들이 솜사탕을 맛있게 먹고 있다. 뉴스1

올해 5월5일은 100회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고취하고자 소파 방정환 선생이 조직한 ‘천도교소년회’가 주축이 돼 1922년 5월1일을 어린이날로 정했다. 100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어린이날과 아동권리는 많은 변화를 거쳤다. 아동을 부모에 속해 있는 존재에서 한 명의 개인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1922년 어린이날 지정…일제 강점기 중단됐다 재개

 

5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첫번째 어린이날 기념행사는 1923년 5월1일 열렸다. 방정환 선생은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주시오 △어린이를 늘 가까이 하사 자주 이야기를 하여주시오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부드럽게 하여주시오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하게 하여주시오 △어린이를 책망하실 때는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히 타일러 주시오 등의 내용을 담았다.

 

어린이날 행사는 1927년 날짜를 5월 첫 일요일로 변경했다. 5월1일 노동절과 겹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를 맞으면서 1937년 금지됐다.

 

1945년 후 광복 이후 어린이날은 5월5일로 정해 행사를 해왔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경기 안성시 대덕면 안성시다함께돌봄센터 1호점에서 열린 '탑승하라! 내리마을2호!' 행사에 참석한 아이들이 제기차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뉴스1

아동 권리 보호를 위한 법안도 마련하기 시작했다. 1946년 아동노동법규, 1947년 미성년자노동보호법, 1949년 교육법 등이 잇따라 제정됐다. 

 

1957년 제35회 어린이날에는 ‘대한민국 어린이헌장’이 공포됐다.

 

△어린이는 건전하게 태어나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 속에 자라야 한다 △어린이는 고른 영양을 섭취하고,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받으며, 맑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 △어린이는 좋은 교육시설에서 개인의 능력과 소질에 따라 교육을 받아야 한다 등 11개 항으로 구성돼 있다.

 

정부는 아동복지법과 생활보호법이 제정된 1961년부터 1990년까지를 아동권리 형성기로 보고 있다. 법으로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면서 아동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동복지법과 생활보호법 제정을 통해 국가의 어린이 보호책임을 강화했다. 아동복지법에서 어린이날을 5월5일로 규정했다. 어린이날이 기념일로 지정된 것은 1973년의 일이며, 2년 뒤인 1975년 법정공휴일이 됐다.

 

1990년에는 ‘대한민국 청소년헌장’이 선포됐다. ‘청소년은 새 시대의 주역이다. 뜨거운 정열을 가슴에 품고 자연과 학문을 사랑하며 한마음으로 굳게 뭉쳐 조국 발전의 일꾼이 되어 세계와 우주로 힘차게 나아가 인류의 자유와 행복을 이룩한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대문 문구·완구거리에서 한 아이가 장난감 가게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유엔 아동권리협약 비준·아동총회 개최 등 노력에도 과제 여전

 

1991년 우리나라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하며 국제사회 아동 보호를 위한 노력에 동참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이 건강하고 안전한 성장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1989년 11월20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됐다. 어린이의 권리보호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국제사회 최초의 협약이다.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을 규정하고 있다.

 

1992년 제1차 청소년 정책기본계획 수립, 2003년 어린이 안전 원년 선포 등이 진행됐다.

 

2004년에는 제1회 대한민국 아동총회가 개최됐다. 아동총회는 아동이 권리의 주체로서 자신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와 정책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는 자리로, 지난해 18회 총회까지 열렸다. 1회 총회에서 아이들은 체벌과 교육받을 권리, 참여할 권리, 학대를 당한 아이들의 문제점, 왕따 등에 관해 토론을 벌였다.

 

이후에도 아동을 위한 다양한 제도, 기관이 도입돼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2007년 아동발달지원계좌사업, 2018년 아동수당 지급 등이 대표적이다. 아동권리보장원은 2019년 설립됐다. 

 

2010년 학생인권조례, 2014년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등으로 청소년 인권보장을 위한 노력도 계속했다.

 

하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 게 사실이다. 여전히 아동학대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목숨까지 잃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상에서의 성범죄, 괴롭힘 등이 새로운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