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북악산 백악정에 자리한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자목과 관련해 “존중과 배려”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8일 전했다.
박 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브리핑에 없는 대통령 이야기’ 50번째 마지막 편을 통해 청와대를 둘러싼 북악산 백악정에 있는 노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기념식수에 얽힌 사연을 전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5일 북악산 남쪽면 개방을 하루 앞두고 부인 김정숙 여사와 참모진, 기자단과 함께 새로 조성된 둘레길을 따라 북악산에 오른 바 있다.
박 수석은 “‘인왕산과 북악산을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는 약속을 완성하는 날이니 가볍고 기쁜 기분으로 입산하면 될 터인데도, 문 대통령은 언제나 그렇듯 역사·불교·문화·숲·꽃 해설가로서의 실력을 남김없이 발휘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박 수석에 따르면 서울 광화문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백악정에 이르자 문 대통령은 일행에게 “이 백악정 양옆에는 보다시피 두그루의 정자목이 자라고 있다”며 “백악정을 마주 보고 우측에 있는 나무가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심었던 느티나무이고, 좌측에 있는 나무가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심었던 서어나무”라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의 설명대로 백악정의 우측에는 김 전 대통령이 2001년에 심은 느티나무가, 좌측에는 노 전 대통령이 2004년에 심은 서어나무가 각각 자리하고 있다. 느티나무는 기세 좋게 자라 백악정의 절반 이상을 덮은 데 비해 서어나무는 아직 한창 자라는 중으로 절반도 못 되는 일부만 차지한 상태였다고 박 수석은 전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원래 노무현 전 대통령님은 느티나무를 참 좋아하셨다”며 “그래서 저도 당연히 느티나무를 심으실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뜻하지 않게 크기나 세력이 작은 서어나무를 선택해 심으셨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돌아보면 정자 좌우에서 느티나무 두그루가 크게 성장을 하면 뒤얽혀 서로 좋지 않은 환경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비록 당신(노 전 대통령)이 좋아하는 나무는 느티나무지만, 이미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심으셨으니 그것과 잘 어울려 자랄 수 있는 서어나무를 심으신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존중과 배려”라고 덧붙였다.
식수를 한 시간의 차이 탓에 나무 성장에 차이가 있는 자연의 이치가 아니라 존중과 배려의 의미에서 노 전 대통령이 일부러 다른 종을 심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설명이라고 박 수석은 해석했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비서관과 시민사회수석비서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노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 보좌한 바 있다.
박 수석은 “두대통령의 나무뿐 아니라, 역대 대통령님들은 이 백악정에서 광화문 광장을 바라보고, 광화문의 촛불도, 태극기도, 함성도, 만세도 모두 가슴에 담으셨을 것”이라며 “이제 임기를 마치는 문 대통령이 두 전임 대통령의 백악정 정자목을 ‘존중과 배려’로 말씀하는 이유는 아마도 이 두나무가 바라보는 광화문이 ‘존중과 배려’, ‘평화와 상생’의 광장이 되기를 바라는 소망일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당신(문 대통령)께서는 백악정 두대통령의 나무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은행나무를 심었지만, 다른 역대 대통령의 나무와 함께 이곳에서 광화문을 바라보며 ‘대한민국의 번영’과 ‘생명의 광장’을 오래도록 기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