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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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택시대란에 ‘따릉이 귀가’ 급증… 음주운전 주의보

거리두기 해제 뒤 하루 대여 9%↑
늦게까지 모임 즐기는 시민 늘어
자정~새벽 1시 대여는 되레 줄어
“택시잡기 별따기” 음주 따릉이도

자전거 음주운전 적발 땐 범칙금
사고 위험도 높아 경각심 가져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전면 해제된 지난 4월 18일 자정을 넘긴 시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빈 택시를 향해 모여들고 있다. 연합뉴스

#1. 어린이날 전날인 지난 4일 직장인 강모(27)씨는 퇴근 후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카페를 찾았다. 책을 읽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자정을 훌쩍 넘겼다. 새벽 1시쯤 카페에서 나온 강씨는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강씨는 “버스가 끊긴 데다 택시도 안 잡혀서 따릉이를 빌렸다”며 “2㎞가량 적당히 달려 새벽공기를 마시며 집에 오니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2. A(28)씨도 최근 사당역 근처에서 친구를 만나 거리두기 해제 덕에 오랜만에 ‘불금’을 즐겼다. 자정을 넘겨서야 술집에서 나왔는데, 도무지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맥주 500㎖를 마셨던 A씨는 결국 따릉이를 찾았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집 방향으로 가다가 택시가 보이면 탈 심산으로 여의도까지 따릉이를 탔다”며 “취기가 조금 있으니 더 조심히 타야겠다는 생각은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전면 해제된 이후 서울시민들의 새벽시간대 따릉이 대여가 급증하고 있다. ‘밤 12시 영업시간 제한’이 사라져 식당과 술집, 카페, 노래방 등이 새벽에도 영업을 하자 그동안 미뤄왔던 모임 등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택시대란의 영향으로 술을 마신 뒤 따릉이를 타는 ‘음주 따릉이’도 늘어 사고 위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9일 세계일보가 서울시 열린데이터광장이 제공하는 따릉이 대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2주(4월18∼30일) 동안 해제 전 일주일(4월11∼17일)에 비해 새벽시간대(자정∼오전 5시) 따릉이 대여가 하루 평균 9.1%(3029건→3305건) 증가했다. 새벽에 비가 내린 지난달 13·25·26·29일은 제외한 결과다.

시간대별로 보면 새벽 2시부터 5시까지의 증가세가 확연했다. 거리두기 해제 후 새벽 3∼4시 따릉이 대여량은 하루 평균 1871건으로 거리두기 전(1254건)보다 49.2%나 늘었다. 새벽 2∼3시 대여량도 하루 평균 2971건을 기록해 거리두기 전(2248건) 대비 32.1% 증가했다. 새벽 4∼5시와 새벽 1∼2시도 각각 34.8%, 5.8% 늘었다.

새벽시간대 따릉이 대여가 갑자기 늘어난 건 거리두기 해제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1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새벽까지 영업하는 술집과 카페 등이 크게 늘어난 데다 새벽에 택시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할 만큼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건 자정부터 새벽 1시까지 따릉이 대여는 오히려 줄었다는 점이다. 거리두기 해제 후 2주 동안 자정에서 새벽 1시까지 따릉이 하루 평균 대여는 5773건으로, 거리두기 해제 전 일주일(6328건)보다 8.7% 가량 감소했다.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평소보다 더 늦게까지 모임을 갖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술을 마신 뒤 따릉이를 타는 이른바 ‘음주 따릉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벽시간대 번화가 근처에선 술을 마신 뒤 택시가 잡히지 않아 따릉이를 타는 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30일 친구들과 술을 마신 뒤 새벽 2시쯤 약수역 인근에서 따릉이를 탄 30대 직장인 B씨는 “한참을 기다려도 택시를 잡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현행법상 자전거 음주운전은 법적 처벌 대상이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인 상태로 자전거를 운전하다 적발되면 범칙금 3만원을 내야 한다. 개인차가 있지만, 건강한 성인남성 기준 소주 2잔 정도면 혈중알코올농도 0.03%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자전거는 사고가 나면 신체에 바로 충격이 흡수되는 구조라 중상 위험이 높다”며 “술을 마시고 자전거를 타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