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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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레미콘 노조 파업으로 건설 현장 한 달째 ‘올스톱’

공사비 증가로 분양가 인상 불 보듯
레미콘 공급이 중단되면서 10일 제주 서귀포시 공동주택 공사 현장이 지하 터파기만 해놓은 채 공사가 중단돼 있다.

“장마철이 다가와 큰 비라도 내리면 공사를 망치게 되는 게 다반사인데, 걱정이 큽니다.”

 

10일 제주 서귀포시 공동주택 공사 현장. 착공 후 지하 터파기만 해놓은 채 1개월 가까이 콘크리트를 타설하지 못하고 있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피해 발생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공사 업체 관계자는 “집중호우로 지하에 물이 고이면 공사 시작도 하기 전에 엉망이 된다”고 걱정했다.

 

지난 달 13일부터 레미콘 운송 파업이 시작되면서 제주 레미콘 모든 업체가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이 때문에 도내 건설 공사장에 레미콘 공급이 안 돼 공사가 한 달 가까이 중단됐다. 대한건설협회 제주도회 등에 따르면 도내 건설협회 회원사(330여 곳)에서 공사 중인 55곳의 공사가 멈춰섰다.

 

서귀포시 대신중학교 급식실·교실 증축공사, 제주공항 진·출입 교통체증 해소 사업 등의 공공 공사부터 제주시 외도2동 관광호텔 신축 공사와 서귀포시 강정 공동주택 신축 공사 등에 콘크리트 타설이 중단됐다.

 

레미콘 업체 관계자는 “시급한 공사 현장에 직영 레미콘 차량을 투입하려 해도 운송노조 반발로 공장을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도내 레미콘 운송차량은 300여대로 추정되며, 이중 85% 수준인 260여대의 사업자가 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 지역 레미콘 제조업체 대표자들이 10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레미콘 운송 사업자 파업에 따른 업계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제주도레미콘공업협동조합(레미콘조합)과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 제주지부는 지난 5일 조합 회의실에서 협상에 돌입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한국노총 제주운송노조는 레미콘 운송 근로자의 생존권 실현을 위해 운송비 인상과 토·일요일·공휴일 휴무 보장, 오전 8시∼오후 5시 레미콘 생산 시간 보장 등의 근로조건 개선을 사업자 측에 요구하고 있다. 운반비 인상과 사측의 유류비 부담 등도 주장했다. 

 

그러나 사측인 레미콘조합은 개인 사업자인 운송기사들과 레미콘 회사 간 계약 내용이 달라 일괄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레미콘사는 이날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립이 계속되면 승자·패자가 없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4개 레미콘사 대표자들은 “레미콘 운반은 각사 여건에 맞게 지입 형태로 계약돼 있다. 회사마다 계약 조건이 다른데, 일괄적으로 운송사업자들의 요구 사항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운송사업자들은 기존 계약 운반비 100% 인상과 실 유류비 전액 100% 이상, 거리 단위별 추가 요금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8년 이후 건설 경기가 나빠지면서 업계는 매출 감소와 부진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은 심화됐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그럼에도 현실은 수요자 측의 요구로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장기적인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일방의 주장과 반목으로 대립이 계속된다면 승자도, 패자도 없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며 “운송사업자들은 원만한 해결을 위해 대화의 장으로 나와달라”고 요구했다. 

 

대한건설협회는 양측의 조속한 협상 타결을 요구하고 있다. 파업이 더 길어지면 일부 민간 공사장에서 공기를 못 맞춰 지체보상금이 발생하고, 간접비 등이 증가하는 등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철근·콘크리트 공급 대란까지 겹쳐 토목과 골조 공정이 중단됐다. 공사비 상승은 결국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제주도는 레미콘조합과 운송노조 간 대화 자리를 마련해 양측의 요구사항을 절충하고 원만한 협상이 이뤄지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글·사진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