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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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국민 여러분, 일하고 싶다. 이제 1(일)할 사람, 일꾼이 필요하다”

"6~7곳 이기면 선전, 8곳 승리, 과반 땐 압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왼쪽)과 박지현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더불어민주당 통합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및 공천장 수여식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상임고문을 중심으로 6·1 지방선거 선거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총력전에 나섰다. 이 상임고문을 지방선거를 총괄지휘하는 사령관으로 내세워 승부수를 건 모양새다.

 

뉴시스에 따르면 대선 패배 두달만에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것으로 정치 일선에 복귀한 이재명 고문이 지방선거 승리에 정치적 명운을 건 가운데 목표로 제시한 광역단체장 '과반(9곳)' 혹은 8곳 승리를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재명 고문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하는 당 중앙선대위 출범식을 열었다. 박지현·윤호중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연직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고, 박홍근 원내대표와 17개 시도지사 후보들이 공동선대위원장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재명 고문은 인사말을 통해 예의 '일꾼론'을 펴며 검지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국민 여러분 일하고 싶다. 이제 일(1)할 사람, 일꾼이 필요하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또 "제가 사실 어떤 장소에 가든 웃어야 할지, 울어야 될지 표정을 어떻게 지어야 할지 정말 어려웠다. 그래도 우리가 다시 출발해서 새로운 길을 열어가야 되지 않겠나"라며 "길이 없어 보여도 길을 만들어내는 것, 희망이 없을 때 희망을 만들어내는 것, 패색이 짙을 때 승리의 활로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정치가 하는 일"이라고도 했다.

 

 

대선 패배 직후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직접 등판한 것에 대한 비판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아울러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8곳 승리를 지선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당초 이재명 고문이 계양을 출마를 선언하며 '전국 과반 승리'를 언급한 것에서 한발 물러선 셈이다.

 

김민석 총괄본부장은 "오늘 여론조사를 보면 17개 광역단체 중 광주, 전남·북, 제주, 세종 등 5곳에서 승리한다고 나온다"며 "여기에 경기도와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 3곳의 과반을 가를 인천, 탁월한 후보가 출마한 강원, 충청권 4곳 중 한두 곳을 더해 6~7곳에서 승리하면 '선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여론조사상 이기는 5곳에 3곳을 더해 8곳을 승리하면 '승리'이며, 만약 17곳 중 과반수인 9곳을 넘기면 그때부터 국민과 언론은 민주당이 완승했다고 평가할 것"이라며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우리가 가졌던 계양을과 원주갑, 제주을 3곳을 지키면 승리"라고 전했다. 이어 8곳 승리를 '1차 목표'로 제시하며 "이를 빨리 달성하면 우리가 예상치 못한 태풍이 불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역단체장 8곳 승리를 기준점으로 삼은 것은 그만큼 민주당이 처한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지난 2018년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열린 지선에서 광역단체장 17곳 중 대구·경북·제주를 제외한 14곳을 싹쓸이하고, 함께 열린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12곳 중 11곳을 이겼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참패로 기세가 꺾였고, 지난 3월 대선에서마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재명 고문이 패했다.

 

실제 충청권은 세종시를 제외한 충남(윤 51.08%, 이 44.96%) 충북(윤 50.67, 이 45.12%), 대전(윤 49.55%, 이 46.44%)에서 모두 윤 대통령에게 패했고, 지난 대선 때 이 고문이 이겼던 경기도와 인천시마저 자당 김동연, 박남춘 후보가 국민의힘 김은혜, 유정복 후보와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이다.

 

결국 수도권 3곳 중 2곳은 이기고, 충청권에서도 절반은 이겨야 목표 달성이 가능하며, 서울시장 역시 현재 20%포인트대에 육박하는 격차를 한자릿수대까지는 좁혀야 체면치례를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이 고문이 등판한 것은 결국 윤석열 정부와의 '대선 2차전' 구도를 짜고 정권 견제심리를 자극해 정부 출범 한달 후 치러지는 지선의 '정권 안정' 여론을 극복하려는 전략이나, 당내에선 평가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강원지사 후보로 나선 '잠룡' 이광재 전 의원 현직 광역단체장 프리미엄을 가진 중량급 후보들의 인물 경쟁력이 대선 2차전 프레임에 눌려 맥을 못 추게 되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고문의 조기 등판이 대장동 의혹,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 등 자신과 주변을 겨눈 수사를 염두에 둔 '방탄 출마'라는 시선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 쟁취를 목표로 한 이 후보 입장에선 지방선거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둘 경우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대선이후 주류에서 밀려났던 친문계도 전해철 의원 등 내각에서 복귀하는 친문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격을 벼르고 있다.

 

한 친문 의원은 이 고문의 출마 이후 "당인으로서 후보가 결정된 마당에 더이상 얘기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면서도 "결정한 이상 결과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뼈있는 말을 남겼다.

 

이에 대해 이재명 고문은 출범식 후 기자들과 만나 "자꾸 '방탄, 방탄'하는데 여러분은 물도 안 든 물총이 두려우냐"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이 '방탄용 출마' 의혹을 제기하며 국회의원에 당선될 경우 불체포특권 포기를 요구하자, 이를 반박한 것이다.

 

또 "내 개인적인 이해타산이나 손익을 계산해보면, 지선에 간접지원하는 정도로 안전거리를 유지하는게 유리하다는 생각이 많다"면서 자신의 출마가 '선당후사'임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자꾸 이렇게 출마를 방해하는 걸 보면 (보궐선거 출마가) 훨씬 더 잘한 판단이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초박빙이거나 열세인 지역들에서는 이재명 고문님이 직접 발로 뛰는 만큼 또 전국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누비지 않겠느냐"며 "그렇게 지지를 호소하면 지금보다는 확실히 우리 지지층들의 결집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엄호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