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시중에 풀린 돈이 한 달 새 약 4조원 줄면서 3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금리가 오르자 가계와 기업이 금전신탁, 머니마켓펀드(MMF) 등에서 자금을 빼 장기 예적금 등에 넣은 영향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22년 3월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지난 3월 시중 통화량(계절조정·평균잔액)은 광의통화(M2) 기준 3658조5206억원으로, 2월 대비 4조1000억원(0.1%) 감소했다. M2 기준 통화량이 전월보다 줄어든 것은 2018년 9월(-0.1%) 이후 3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2020년 4월 처음으로 3000조원을 넘어선 후 매월 최대치를 경신해 오던 시중 통화량 증가세가 꺾인 것이다.
M2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 협의통화(M1)에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MMF, 수익증권 등 금융상품을 포함하는 넓은 의미의 통화지표다.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 자금을 의미하며, 시중 통화량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다.
다만 3월 시중 통화량은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10.8% 많은 상태다. 1월(12.7%)과 2월(11.8%)에 이어 증가 폭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15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3월 들어 시중 통화량이 감소 전환한 것은 시장 금리 상승으로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금전신탁과 MMF에서 M2에 잡히지 않는 2년 이상 예적금이나 주식 등으로 자금이 옮겨 간 영향이라고 한은은 보고 있다. 지난 3월 금전신탁은 10조5000억원, MMF는 8조9000억원 줄어들었다. MMF는 수시로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입출금식 단기 금융상품으로 기관과 법인 등의 투자자가 일시적으로 자금을 맡길 때 활용한다. 2년 미만 정기 예적금은 8조2000억원 늘었지만 2월(19조9000억원)보다는 증가 폭이 크게 줄었다. 지난 2월 7조6000억원 줄어들었던 수익증권은 3월 들어 5조6000억원 늘었다.
경제주체별로는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15조2000억원, 기업이 12조1000억원 전월 대비 통화량이 늘었다. MMF 자금이 빠지면서 증권·보험사 등 기타금융기관에서는 23조3000억원이 감소했다. 한은은 “가계 및 비영리단체 통화량은 수신금리 상승에 따라 정기 예적금을 중심으로, 기업 통화량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증가세 지속에 기인해 늘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