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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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두 女총리 ‘군사 중립국’ 깨고 나토 가입 이끈다

핀란드·스웨덴 나토 가입 임박

최연소·최초 수식어 마린·안데르손
러의 우크라 침공 계기로 적극 추진
마린 “국민 안전을 위한 역사적 선택”
안데르손 “가입 않으면 입지 줄어들 것”
6월 스페인 정상회의서 승인 전망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가안보 위기가 고조하자 핀란드와 스웨덴의 두 여성 총리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이끌고 있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와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가 그들이다.

 

마린 총리는 2019년 12월 취임 당시 34세의 세계 최연소 총리로 주목받았고, 지난해 11월 집권한 안데르손 총리는 스웨덴 최초의 여재상이다.

 

두 사람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나토 가입을 적극 추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린 총리는 12일(이하 현지시간) 대통령과 공동성명을 내고 “지체 없이 가입신청을 해야 한다”며 가입을 공식 선언했다. 스웨덴도 15일 최종 결정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마린 총리는 11일 일본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와 정상회담 후 가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공동 가치를 추구하는 국제공동체를 강화하는 길”이라며 “핀란드가 역사적인 걸음을 내디딘다면 그것은 국민 안전을 위한 선택일 것”이라고 했다. 핀란드 공영방송 윌레가 9일 발표한 여론조에서 76%가 나토 가입을 지지했다.

 

안데르손 총리도 1일 소속 사회민주당 당내 연설에서 가입을 피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만약 우리는 가입하지 않고, 핀란드는 가입을 결정한다면 결과적으로 스웨덴이 더 취약한 입장에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스웨덴 TT통신이 전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군사적 중립을 내세우며 미국과의 군사동맹인 나토엔 합류하지 않고 있었다. 나토 가입 시 인접국 러시아를 자극해 오히려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것이 안보에 더 위협이라는 판단이 있었다.

상황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급반전했다. 군사적 위기가 고조하면서 양국 모두 나토의 집단안보 틀 안에 들어가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해졌다.

 

양국에서 가입 논의가 급물살을 탄 배경에는 부드럽지만 강단진 두 총리의 리더십이 있다.

 

마린 총리는 일찍부터 자신을 향한 조롱에 당당히 맞받아치는 여유를 보이며 이목을 끌었다. 2019년 12월 당시 극우 성향의 마르트 헬메 에스토니아 내무부 장관이 가난했던 마린 총리 환경을 거론하며 “핀란드는 ‘여점원’이 정부를 이끄는 나라”라고 비아냥댔다. 그러자 마린 총리는 “핀란드는 점원도 총리가 될 수 있는 나라”라며 “난 핀란드가 매우 자랑스럽다”고 일침을 놨다.

안데르손 총리는 강한 추진력으로 ‘스웨덴의 불도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는 3월 초만 해도 야당이 가입 논의를 촉구했을 때 “현 상황에서 가입 신청서를 제출할 경우 유럽의 긴장이 더 고조될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그러다 국민의 가입 지지율이 3월 51%, 지난달 20일 57%, 최근 61%로 급격히 올라가자 여론을 수렴해 참여로 방향을 틀었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11일 영국과 상호안보협정을 맺으며 나토 가입에 한발 더 가까이 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두 나라를 차례로 방문해 공격받을 시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의 군사중립국 지위가 깨진 것이다.

 

나토 가입 승인에는 30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지지가 필요하다. 외신에 따르면 양국이 가입 신청서를 내면 나토는 신속히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나토 관계자는 “6월 28∼30일 스페인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 때 또는 그 전에 승인이 확실시된다”고 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