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음식점 ‘먹튀’ 후 “깜빡했다” 변명…처벌 피할 수 있을까 [법잇슈]

자영업자 울리는 ‘먹튀’ 사건
처벌 수위 너무 낮다 목소리도
상습·고의적이면 사기죄 적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음식점에서 계산하지 않고 도망치는 이른바 ‘먹튀’ 사건이 화제다. 의도적이든 가벼운 실수든 간에 무전취식은 경범죄에 해당해 10만원 이하 벌금·구류·과료 등에 처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음식점 주인이 신고 한 이후에 경찰에 적발되면 착각이나 실수였다는 변명도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잇단 음식점 ‘먹튀’ 사건…“계산한 줄 알았다”

 

대다수 무전취식범은 적발되면 몰랐다며 발뺌하기 일쑤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의 한 호프집에서 벌어진 50대 ‘먹튀’ 커플이 “계산한 줄 알았다”고 변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경찰은 맥주병 등에 남은 지문 등을 채취해 이들을 검거한 뒤 사기 혐의로 입건했다. 피해 호프집 사장인 최훈씨는 12일 한 라디오에서 이같은 사연을 전하며 “당연히 예상은 했다”면서도 “많이 허무했다”고 말했다.

 

한 ‘먹튀’ 피해 점주는 현상금을 걸고 공개수배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6일 부산 해운대구 한 횟집에서 20∼30대로 추정되는 손님 2명이 소주와 생선회 등 4만원 상당의 음식을 먹고 사라졌다. 횟집 주인은 사라진 남성 2명의 모습을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하고 제보자에게 10만원 상당 이용권을 주겠다고 했다. 경찰은 피해자가 이들을 사기로 고소함에 따라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3개월 사이 무려 60여번이나 ‘먹튀’를 일삼은 남성도 최근 검거됐다. 대전중부경찰서는 영세식당에서 상습적으로 무전취식을 한 혐의(상습사기) 등으로 30대 A씨를 구속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대전 중구 일대 식당 62곳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먹은 뒤 주인이 주방에 들어가는 등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돈을 내지 않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50∼60대 여성이 혼자 운영하는 식당만을 범행대상으로 삼았는데, 피해액이 130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명아 변호사

◆피해액 변제에 벌금까지…변명해도 처벌 피하기 어려워

 

무전취식은 경범죄처벌법 제3조에 따라 10만원 이하 벌금·구류·과료 등에 처할 수 있다. 무전취식 행위가 상습적이거나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에는 형법상 사기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 만약 사기죄가 적용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이명아 변호사(로엘법무법인)는 13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실제로 음식값을 지불할 의사로 음식을 제공받아 식사를 했으나, 실수로 지갑을 가져오지 않았다거나 카드가 지급정지된 사실을 모르고 카드결제를 하려고 하였다면, 편취의 고의가 없는 것으로 사기죄는 성립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다른 사람이 파는 음식을 먹고 정당한 이유 없이 제값을 치르지 아니한 것’은 엄연한 불법행위로서 처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복적으로 제값을 치르지 않거나 처음부터 대가를 지불할 의사 없이 점주를 기망하고 취식한 경우에는 형법상 사기죄로 의율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변호사는 “최근 문제가 된 ‘음식점 먹튀 사건’을 살펴보면, 여론화된 이후에야 ‘다른 사람이 계산한 줄 알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면서 “그러나 해당 음식점의 계산 방식이 후불제였고, 동석자에게 계산 여부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음식점을 이탈하였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최소한 편취의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사료된다”고 지적했다.

 

무전취식이 생활밀착형 범죄인데도 처벌 수위 등이 낮고, 재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적어 법조계의 관심을 못 받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변호사는 “더욱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영업에 큰 타격을 입은 음식점 점주들이 무전취식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범죄처벌법상 처벌 수위가 낮고 기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의성이 짙고 피해 금액이 큰 무전취식의 경우에는 경범죄가 아닌 사기죄로 의율하는 등 보다 엄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 점주의 입장에서 보면 무전취식자의 형사 혐의 인정여부와는 별도로 민사적인 청구는 가능하므로 이 때에는 소액재판 청구 등을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