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발생한 ‘계곡 살인’ 사건 피의자 이은해(31)·조현수(30)가 도피 행각을 벌일 당시 생활자금과 은신처를 제공한 조력자 2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은해·조현수는 검거되기 전 몸을 숨긴 경기도 고양시의 오피스텔 월세 등 4개월간 도피 자금으로 약 1900만원을 이들 지인에게서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검 형사2부는 16일 범인도피 혐의로 이은해·조현수의 지인 A(32)씨와 B(31)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해 12월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던 중 잠적한 이은해·조현수의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은해·조현수가 피의자 신분으로 인천지검의 1차 소환조사를 받은 지난해 12월 13일 A씨의 집에 모였다. 두 사람의 부탁을 받은 A씨는 은신처를 마련할 돈을 줬고, B씨를 시켜 고양시 삼송역 인근 한 오피스텔을 빌려 올해 1∼4월 숨겨줬다.
이 과정에서 B씨는 임대차 계약을 대신 체결해 행방이 묘연한 상태에 있던 이은해·조현수가 수사망을 따돌릴 수 있었다. A씨 등은 검찰 조사에서 “이은해·조현수의 부탁을 받고 돈을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달 16일 이은해·조현수가 경찰에 체포된 후 같은 달 26일 A·B씨의 신원을 특정했고, 28일과 29일에 각각 붙잡았다. 검찰은 살인·살인미수·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한 이은해·조현수에게 범인도피 교사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은 또 다른 조력자 2명도 입건해 수사 중이다. 지난달 초 이은해·조현수와 1박2일 일정으로 경기지역 외곽을 같이 돌아다닌 남녀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해는 내연남인 조현수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24분쯤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할 줄 모르는 윤씨에게 4m 높이의 바위에서 아무런 구조장비 없이 계곡물로 뛰어들게 해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두 사람은 2019년 2월과 5월에도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윤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들을 직접 살해한 상황에 해당하는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앞서 이들이 체포될 당시 적용된 혐의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었다. 두 사람의 의도와 행위를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공소장에 이들이 범행을 저지르며 윤씨에 대해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이른바 ‘가스라이팅’을 했다고 적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