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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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R 규제 강화, 집 사는 데 영향 미미… “이미 어렵다” [뉴스분석]

금융당국, 7월부터 DRS 규제 1억원 이상으로 확대
수도권 집값 이미 천정부지… 강화 안 해도 집 못 사
정부 LTV 완화한다지만… DSR 묶여 대출 어려워
16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뉴스1

금융당국이 예정대로 오는 7월부터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한다.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윤석열 정부가 대출규제 완화 기대를 저버렸으며, 문재인 정부가 다를 것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DSR 규제가 풀리지 않는다면,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상황에서 과거처럼 ‘빚투’에 나서기 힘들다. 다만 DSR 규제가 더 강화된다고 해서 집을 사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도 아니다. 시중은행들은 기존 규제의 연장 선상일 뿐,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대출규제 7월 강화?… 이미 돈 빌리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7월부터 개인별 DSR 규제 3단계를 시행할 예정이다.

 

현재는 전 규제지역 6억원 초과 주택을 구매하거나 신용대출이 1억원을 초과할 경우, 또 총대출액이 2억원을 초과할 경우 개인별 DSR을 40%(시중은행 기준)로 제한한다.

 

은행에 연간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차주(대출자)의 연 소득 40%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연봉이 5000만원이라면, 연간 금융권에 갚아야 할 돈이 2000만원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대출액에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카드론 등 모든 대출이 포함된다. 다만 전세 대출은 예외다. 3단계는 이를 더 강화해 대출총액이 1억원을 초과하면 DSR 40% 규제를 적용한다.

지난 15일 금융권 및 관련 부처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등 정부 부처는 오는 7월부터 개인별 DSR 규제 대상을 총대출액 1억원 초과 차주로 확대하는 조치를 예정대로 실시할 계획이다. 사진은 15일 서울 시내 은행 외벽에 붙은 금리안내문. 연합뉴스

금융당국은 현행 2단계의 경우 전 차주의 13.2%, 3단계 때는 전 차주의 29.8%가 대출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 정부의 추산치일 뿐, 주요 은행들은 3단계 시행 전부터 이미 대부분의 차주가 대출규제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대출이 2억원을 초과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은행들이 이미 DSR 40% 규제에 맞춰 돈을 빌려주고 있기 때문에, 규제가 강화된다고 특별히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전 정부 기간 동안 전셋값이 집값이 된 상황에서, 2억원 이하로 돈을 빌려 수도권에서 집을 살 수 있다면, 나름 목돈을 가지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시중은행의 설명처럼 전혀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이나 수도권은 해당 사항이 없지만, 지방 중소도시의 빌라나 전원주택 등을 구매하기 위해 돈을 빌리는 경우라면 이번 규제의 영향권에 들 수 있다.

사진=뉴시스

◆DSR 규제 완화의 딜레마

 

실질적으로 집을 사기 더 어려워진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DSR 규제 완화로 집을 사려고 기다렸던 대기층에 이 소식이 악재임은 분명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생애 최초 주택 구매 가구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LTV가 오른다고 모두 집을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LTV는 집값 대비 얼마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가를 정하는 기준이다.

 

현재 규제지역 LTV는 40%인데 6억원 주택을 사면, 집값의 40%인 2억4000만원까지 돈을 빌릴 수 있다는 뜻이다. 무주택자에게 이를 80%까지 완화하면 4억8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하지만 연봉이 5000만원인 차주가 30년 원리금균등분할상환으로 내 집 마련을 위해 연간 빌릴 수 있는 돈은 DSR 40% 규제를 적용하면 아무리 LTV를 높여도 연 4% 이율을 기준으로 약 3억5000만원으로 묶인다. 문제는 6억원으로는 서울 전세 빌리기도 빠듯한 현실이다.

 

9억원짜리 집이라면? LTV를 완화해도 여전히 빌릴 수 있는 돈은 3억5000만원으로 같다. DSR이 완화되지 않는 한 수중에 5억5000만원이 있어야 매매가 9억원의 집을 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것도 세금과 부동산중개료, 이사비는 제한 금액이다. LTV 규제 완화가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DSR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집을 사기는 여전히 어렵다는 얘기다.

서울 시내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정부가 DSR 규제 완화를 망설이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들썩이는 집값이다. 지난 정부 말기 주춤했던 집값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며 다시 오를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의 2022년 4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4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14로 전달보다 10포인트 올랐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보는 소비자들의 내릴 것으로 보는 이들보다 많다는 의미다.

 

전 정부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쓴맛을 봤던 만큼 새 정부는 부동산이나 이와 관련된 금융 정책에 신중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의 고민은 아직 집이 없는데 사고 싶은 사람들을 어떻게 구제하고 달랠 것인가다. 정부는 청년 미래 소득 인정, 대출 상환 기간 연장 등의 카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전 정부에서 일부 도입한 정책들이다. 그렇다고 해도 결국 다양한 계층의 수요를 만족하게 하려면 대출규제를 완화할 수밖에 없는데, 자칫 집값을 더 끌어올려 실수요자가 집을 사기 더 사기 어려워지는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고심은 깊을 수밖에 없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