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업계가 유가 상승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으로 1분기 역대 최고 수준 실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고유가 상황이 지속돼 장기적으로 소비 지출이 줄어들 경우 실적 악화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SK이노베이션·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등 국내 4대 정유업체는 올해 1분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GS칼텍스는 연결 기준으로 1분기 매출액 11조2892억원, 영업이익 1조812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75.6%, 70.9% 증가한 것으로 영업이익은 분기 기준 역대 최고액이다. SK이노베이션은 매출 16조2615억원, 영업이익 1조6491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규모 흑자를 냈다. 현대오일뱅크도 매출 7조2426억원, 영업이익 7045억원을 냈는데, 모두 창사 이래 분기 기준 최고 실적이다. 에쓰오일 역시 매출 9조2870억원, 영업이익 1조3320억원을 기록해 분기 기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정유업계가 이 같은 실적을 낸 것은 유가 상승으로 인한 정제마진 개선과 재고 평가 이익 증가 덕분으로 분석된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는 등 고유가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산 석유제품에 대한 각국의 제재가 이어지면서 경유 수급의 불확실성 역시 커진 상태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료비를 뺀 마진으로 정제마진이 커지면 실적이 좋아진다. 보통 4∼5달러를 이익의 마지노선으로 보는데, 이달 둘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24.2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정유업계 실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 시장 최대 소비국인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주요 도시를 봉쇄하면서 수요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을 포함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공급 과잉으로 가격 폭락을 겪을 수 있다고 보고 생산 규모를 늘리지 않고 있다. 국내의 경우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휘발유 소비량은 지난 1월 737만3000배럴에서 3월 588만8000배럴로 점차 감소세를 보였다.
일각에선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아시아 원유 공식 판매 가격(OSP)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높인 탓에 2분기 영업이익은 1분기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