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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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정은경 “코로나 극복 기여, 보람이자 영광”

2년4개월 동안 ‘방역 사투’ 마무리
3T전략·높은 백신접종률 등 ‘성과’
다음행보는 “당분간 쉬면서 고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싸움에서 정은경(사진) 질병관리청장은 상징적인 인물이다. 정 청장은 2020년 1월 코로나19 발생부터 2년4개월간 쉼 없이 최전선에서 싸웠다. 사태 초기 모두가 불안한 상황에서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브리핑하며 신뢰감을 줬고, 국민의 참여를 끌어 냈다. 정 청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사다난했던 임기를 마치게 됐다.

 

정 청장은 17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뒤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청으로 돌아가 이임식을 겸해 직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 과정에서 정 청장과 여러 직원이 눈물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청장은 이임사에서 “코로나19 유행 극복과 질병 관리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 보람이자 영광이었다”면서도 “코로나19 유행 중인데 무거운 짐을 남기고 떠나 마음이 무겁다”고 소회를 밝혔다. 직원들에게는 “질병청의 책임이 막중해졌다. 국민 신뢰는 전문성에서 나오는 만큼 역량을 키워 달라”고 당부했다.

 

의사 출신으로 1995년 국립보건원 연구원 특채로 공직에 입문한 정 청장은 2017년 7월 질병관리본부장에 임명된 뒤 코로나19로 2020년 9월 본부가 청으로 승격되면서 초대 청장으로 최전선을 지켜 왔다.

 

정 청장은 ‘3T’(검사·추적·치료) 전략을 기본으로 코로나19에 대응했다. 꼼꼼함과 성실함이 무기였다. 머리 감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머리를 자르고, 염색도 하지 않아 흰머리가 많아졌다. ‘1시간도 못 잔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질문에 그는 “1시간보단 더 잔다”고 답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이끌었다. 현재 0.13%의 낮은 치명률, 80%대 높은 백신 접종률은 그에 따른 성과로 볼 수 있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코로나19 방역을 높이 평가했고, 정 청장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선정한 ‘2020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연합뉴스

칭찬만 들은 것은 아니다. 방역당국 수장으로서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 관철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올해 들어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는 가운데 각 정부 부처, 지방자치단체가 포함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는 질병청 우려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결정했다. 이는 전체 확진자의 69%, 사망자의 40%가 2·3월 두 달간 발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확진자·사망자 증가에 대해 사과한 것은 정 청장이었다.

 

정 청장의 다음 행보는 미정이다. 정 청장은 “당분간 쉬면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