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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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프트카드? 그거 40만원어치 주세요” 중년 여성 주문에 피싱 사기 막은 편의점 업주

경기 안양 만안경찰서 제공

 

경기 안양시의 한 편의점에서 온라인 선불카드인 기프트카드를 다량 구매하려는 손님을 이상하게 여긴 업주가 기지를 발휘해 사기 피해를 막았다.

 

안양 만안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오후 2시50분쯤 만안구의 모 편의점 업주 김모(25)씨는 가게를 찾아온 중년 여성 A(64)씨로부터 수상한 말을 들었다.

 

A씨는 누군가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듯 연거푸 휴대전화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기프트 카드라는 게 있다던데 40만원어치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고액의 기프트 카드를 주문하면서도 용도를 정확히 모르는 것처럼 더듬거렸다.

 

김씨가 기프트 카드를 꺼내며 사용처를 묻자 A씨는 “딸이랑 게임을 하기로 했다”며 얼버무렸다.

 

김씨가 이상함을 느끼던 찰나 A씨는 휴대전화 배터리가 떨어져 간다며 충전을 부탁했는데, 이때 얼핏 보인 문자 메시지를 본 김씨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라고 확신했다.

경기 안양 만안경찰서 제공

 

문자 메시지에는 딸을 사칭한 범인이 ‘휴대폰이 깨져 다른 사람 것을 빌려 쓰는 중이니 기프트카드 80만원치를 구매해 뒤에 있는 일련번호를 찍어 보내달라’고 보낸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는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해 문화상품권이나 구글 기프트카드를 구매하게끔 유도한 뒤 이들 상품권의 핀 번호를 요구하는 전형적인 전화금융사기 수법이다.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던 김씨는 “문자 내용이 따님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지만, A씨는 “문제가 있으면 그냥 가겠다”며 여전히 사기 가능성을 의심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김씨는 “휴대전화 충전을 좀 더 하시라”며 경찰 신고 후 출동 전까지 편의점에 A씨를 잡아두었다.

 

출동한 경찰관들은 전형적 사기 수법임을 안내한 뒤 피해 예방 애플리케이션 등을 설치해줬고, A씨는 그제야 피해를 본 사실을 알고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김씨는 “기프트카드 사기는 주로 편의점에서 발생하는 만큼 편의점 근무자들이 관심을 두고 주의 깊게 본다면 범죄 예방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만안경찰서는 김씨를 ‘피싱 지킴이’로 선정하고 감사장을 전달했다.

 

피싱 지킴이는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과 범인 검거에 도움을 준 시민에게 부여하는 명칭으로, 누구나 관심을 가지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경찰 캠페인의 일환이다.


오명유 온라인 뉴스 기자 ohme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