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신임 법무부 장관(사진)이 취임 첫 행보로 '증권범죄합동수사단' 부활을 지시한데 이어 하루 만에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재출범했다. 지난 2020년1월 폐지 이후 2년4개월 만이다. 호
뉴스1에 따르면 한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직후부터 합수단 부활을 준비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특히 취임사에서 합수단 출범 이유에 대해 "서민을 울리는 경제범죄 실태에 대해 시급히 점검하고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고 밝혀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재수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들 사건의 피해자만 1000여명이 넘는 상황이다.
서울남부지검은 18일 기존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협력단)을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으로 명칭을 변경해 재출범한다고 밝혔다.
합수단은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 2013년5월 첫 출범했다. 검사뿐만 아니라 금융위, 국세청, 금감원, 한국거래소, 예금보험공사 직원 등 47명으로 구성됐다. 2004년 서울중앙지검에서 남부지검으로 자리를 옮긴 후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릴 정도로 관련 범죄 근절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합수단은 설치 이후 지난 2019년 9월까지 자본시장법 위반 사범 965명을 기소했고, 폐지 직전 1조60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펀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취임 직후 검찰의 직접 수사를 줄인다는 취지로 직제개편을 하며 합수단을 폐지했다. 추 전 장관은 합수단에 대해 "범죄 부패의 온상", "검사와 전관변호사 등 유착 의혹 논란 지속돼 왔다"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후 금융·증권범죄 대응 역량이 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오자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9월 서울남부지검에 합수단을 대체할 협력단을 1년8개월만에 출범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인식이 적지 않았다. 협력단 내 검사가 직접수사가 아닌 수사팀 수사→검사실 기소·공소유지로 운영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제 합수단 폐지 이후 검찰의 증권범죄 사건 처리 비율은 급격히 떨어져 지난 2020년 검찰의 증권범죄 사건 기소는 3건에 불과했다. 2019년 23건, 2018년 41건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이다.
한 장관은 이런 합수단을 취임 전부터 부활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장관 후보자 시설 한 장관은 "증권범죄합수단은 자본시장 교란 범죄를 엄단해 공정한 금융시장 조성 및 투자자 보호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며 "폐지해서는 안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후보 시절 한 장관은 "현행 협력단은 속도감 있는 수사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증권범죄합동수사단 형태의 전문부서 신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부활 방침을 분명히 했다.
새 합수단은 기존 협력단 46명의 인력에 검사 2명을 더해 총 48명으로 구성된다. 특히 수사관·유관기관 직원을 검사실에 배치해 검사의 직접수사 지원을 강화했다.
한 장관은 대규모 피해자를 양산하는 경제범죄를 신속 처리하기 위해 합수단 부활을 지시했다고 하지만, 추후 라임·옵티머스 등 대형 펀드 사건들이 다시 수사 대상에 오를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합수단 폐지 배경에 추 전 장관이 라임·옵티머스 사건에 청와대 행정관 등 정·관계 인사들이 연루돼 이를 무력화하려는 것은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라임·옵티머스 사건을 '권력형 비리 게이트'로 규정해 특검 도입 등 총공세를 펼쳤다. 다만 국정감사에서 추 전 장관은 "합수단이 증권범죄의 포청천으로 알려져 있는데 오히려 범죄 부패의 온상"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합수단에서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재수사할 경우 정치권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한 장관이 '윤석열의 사람'으로 분류되는 까닭에 야당에서는 정당한 수사가 아닌 '정치 보복'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