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폐지된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이 2년4개월 만에 부활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과 함께 합수단의 재출범을 지시한 지 하루 만이다. 한 장관은 검찰 수뇌부 인사에도 속도를 내는 등 검찰 수사권 강화 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남부지검은 18일 ‘금융·증권범죄 수사협력단’ 체제를 개편해 합수단을 새롭게 출범한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전날 취임사에서 “서민을 울리는 경제범죄 실태에 대해 시급히 점검하고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며 “합수단을 다시 출범시키는 것으로 그 첫발을 떼겠다”고 공언했다.
합수단은 시세 조종과 같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등 각종 금융·증권 범죄에 대응하는 조직이다. 검사 7명과 검찰 수사관, 특별사법경찰 등 48명으로 구성됐다. 예전 합수단(47명)이나 현재 협력단(46명)보다 규모가 커졌다. 단장은 고등검찰청 검사급이 맡고, 산하에 설치되는 합동수사 1·2팀장에는 부부장검사가 보임된다.
합수단은 2013년 서울남부지검에 설치된 게 시초다. 당시 굵직한 주가조작 범죄 등을 수사하며 ‘여의도 저승사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추미애 전 장관 시절인 2020년 1월 검찰 직접수사 부서 축소 방침에 따라 폐지됐다. 이후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대형 금융범죄가 터지면서 합수단 부활론이 고개를 들었지만, 추 전 장관은 “금융을 잘 아는 죄수를 활용해 불법 수사를 하는 곳”이라며 선을 그었다.
합수단은 중요 금융·증권범죄를 직접 수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패스트트랙 사건이나 사회적 파급력이 있는 사건 등 신속처리가 필요한 중요 사건을 유관기관과 협업해 직접 수사하겠다”고 설명했다. 라임·옵티머스·신라젠 사태 등 옛 여권 연루 의혹이 불거졌지만 단순 금융 범죄로 수사가 마무리된 사건들이 재수사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장관이 취임하면서 신임 검찰총장 임명 전까지 검찰을 이끌 대검찰청 차장검사와 전국 최대 검찰청의 수장인 서울중앙지검장, 검찰 인사와 예산을 담당할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한 인사도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한 장관의 첫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는 문재인정부에서 한직으로 밀려났던 이른바 ‘윤석열 사단’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대검 차장검사에는 이원석(53·사법연수원 27기) 제주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송경호(51·〃 29기) 수원고검 검사가 유력하다. 이 지검장은 윤 대통령이 총장 시절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보좌했고, 송 검사는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3차장검사를 맡아 조국 전 장관 수사를 지휘했다.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신자용(50·〃 28기)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법무행정과 정책 등 법무부 업무 전반을 관리하는 기획조정실장에는 권순정(48·〃 29기) 부산지검 서부지청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부장은 한 장관이 중앙지검 3차장일 때 특수1부장으로 호흡을 맞췄고, 권 지청장은 윤 대통령이 총장이던 시절 대변인을 지냈다.
서울 내 주요 지검장도 교체될 전망이다. 합수단이 있는 서울남부지검장에는 양석조(49·〃 29기) 대전고검 인권보호관, 서울서부지검장으로는 김유철(53·〃 29기) 부산고검 검사가 물망에 올랐다. 합수단 수장으로는 정희도(56·〃 31기) 부장검사가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검찰 간부 인사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고 검찰인사위원회를 열어 인사 기준과 원칙 등을 논의한다. 하지만 대검 차장과 서울중앙지검장 등 주요 보직의 빈자리를 채우는 일이 시급하고, 인사위 개최가 필수 사항도 아니기 때문에 고위급 인사를 서두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임 검찰총장 인선은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와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 최종 임명까지 한 달가량 걸린다. 새 검찰총장에는 여환섭(54·〃 24기) 대전고검장과 김후곤(57·〃 25기) 대구지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장관 취임 하루 만에 이뤄진 합수단 부활과 검찰 인사 움직임은 조직을 빨리 추스르고 전 정권에서 대폭 축소한 검찰권을 복원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특히 ‘검수완박’법 통과로 9월부터 검찰 수사 권한이 축소되기 때문에 조직 재정비 후 현재 진행 중인 대장동 의혹 사건,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 권력형 비리 수사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