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지방선거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전직 국회의원의 기초지방자치단체장 도전이다. 서울과 경기에서만 10명이 넘는 전 국회의원이 이번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냈다. 높아진 기초단체장의 위상과 정치지형 변화가 이들이 ‘하향 지원’을 결심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다른 편에서는 중앙정치 무대에서 사실상 패퇴한 정치인들이 자리 욕심에서 비롯된 행보가 지방자치 정신을 훼손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전 국회의원 3명이 서울 자치구청장 최종 후보로 나섰다. 종로구청장에 도전하는 정문헌 전 의원(재선)은 강원 속초·고성·양양에서 17·19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16·18대 서대문갑 국회의원 출신 이성헌 전 의원(재선)은 서대문구청장에, 18대 성북갑 국회의원을 지낸 정태근 전 의원(초선)은 성북구청장에 도전한다. 이은재 전 의원(재선), 유정현 전 의원(초선)은 각각 ‘보수 텃밭’인 강남구청장과 서초구청장 국민의힘 경선에 도전했지만, 본선으로 향하진 못했다.
경기 일부 지역에서는 전직 의원들이 단체장 선거를 놓고 경선을 치렀거나 본선에서 겨룬다. 국민의힘 주광덕 전 의원(재선)과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전 의원(초선)은 남양주시장 자리를 놓고 맞붙는다. 용인에서는 국민의힘 이상일 전 의원(초선)과 민주당 백군기 전 의원(초선)이 대결을 벌인다.
이외에도 국민의힘 신상진 전 의원(4선)과 이현재 전 의원(재선), 김용남 전 의원(초선)이 각각 성남시장과 하남시장, 수원시장에 도전한다. 민주당에서는 정장선 전 의원(3선)이 평택시장 재선을, 민선 6기 안산시장을 지낸 제종길 전 의원(초선)이 자리 탈환을 노린다.
전직 ‘금배지’들이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로 눈을 돌린 이유는 높아진 기초단체장의 위상에서 찾을 수 있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 기초지자체는 인구가 수십만명이며 수원, 용인 등은 100만명이 넘는 특례시다. 지역에서 인사권, 예산권 등 권한을 행사하며 행정경험을 쌓을 수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초단체장이 국회의원보다 급이 낮아 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알짜배기”라며 “실속 있는 행정경험을 해볼 수 있고, 유권자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해 다음 정치적 행보를 하기에도 용이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최근 뒤바뀐 정치지형도 이 같은 현상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권교체와 함께 전통적인 국민의힘 주류가 바뀌는 혼돈 상황”이라며 “잘 풀리면 당선되는 것이고, 낙선하더라도 2년 뒤 총선에 도전하려면 지금부터 움직여야 한다는 인식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회의원을 뽑는 당내 경선과 총선에서 패배한 정치인들의 단체장 자리 욕심일 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서울시의원은 “기초단체장은 정치가 아닌 행정의 영역”이라며 “봉사정신으로 임해야 하는 자리가 정치인 개인을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총선에서 패배했던 정치인은 물론, 오래전 의원직을 차지했던 이들이 지역구를 바꿔 단체장을 노리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유권자와 지방자치제도의 취지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혹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