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리그에서 득점왕에 오르는 것은 축구경기에 나서는 모든 공격수의 꿈이다. 축구는 골을 넣어야 승리하는 스포츠이기에 득점왕은 ‘세계에서 팀을 가장 많이 이기게 한 선수’라는 뜻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야구와 달리 다양한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축구경기에서 가장 확실하게 이름을 역사에 남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런 영광의 자리를 욕심내지 않는 공격수는 단 한 명도 없다.
이는 세계 최정상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벌써 7즌째 맹활약 중인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30)에게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여러 차례 득점왕이 꿈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 꿈이 현실이 되려 한다. 37라운드까지 진행돼 이제 최종 라운드 한 경기만 남겨둔 2021∼2022 EPL에서 21골로 선두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22골)를 단 1골차로 추격하고 있는 덕분이다. 23일 영국 노리치 캐로로드에서 열릴 노리치시티와 경기에서 얼마든지 역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차이다.
그는 EPL 진출 이듬해 시즌부터 꾸준히 리그에서 두자릿수 골을 넣으며 정상급 공격수로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득점왕을 욕심낼 정도는 아니었다. 소속팀 토트넘이 리그 최정상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을 중심으로 공격을 꾸려가는 팀인지라 측면 공격수인 손흥민은 10골 초반 득점으로 10위권 언저리 득점 순위에 만족해야만 했다. 그러다, 지난해 완벽하게 팀 공격 첨병으로 올라서며 17골로 무려 4위에 올랐다. 여기에 올 시즌은 최정상 공격수 기준으로 꼽히는 리그 20골을 생애 최초로 넘기며 득점왕 레이스에서 마지막까지 싸우는 중이다.
다만, 손흥민은 이 경기를 자신의 득점만을 노리며 뛰지는 않을 듯하다. 차기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티켓 확보라는 또 다른 목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현재 토트넘은 승점 68로 티켓 마지노선인 4위에 올라있다. 5위 아스널(승점 66)과 승점차가 2인 데다 골득실도 큰 차이로 앞서고 있어 비기기만 해도 자력으로 4위를 확보할 수 있다. 그래도 손흥민은 방심하지 않고 확실한 티켓 확보를 위해 팀플레이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지난 15일 번리와 37라운드 경기에서 승리한 뒤 “득점왕은 내 오랜 꿈이지만 지금은 챔피언스리그에서 뛰고 싶다”면서 이런 각오를 공개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변수는 있다. 토트넘이 강등이 확정된 노리치시티를 상대로 빠르게 다득점에 성공했을 때다. 승리가 확실해질 경우 손흥민도 마음 편히 득점을 노릴 수 있고, 팀 동료들도 그의 득점왕 등극을 위해 적극적으로 ‘몰아주기’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대반전도 가능하다.
한편, 같은 날 펼쳐질 맨체스터시티와 리버풀의 우승다툼도 볼거리다. 현재 맨시티가 승점 90으로 리버풀(승점 89)에 1 차이로 앞서있어 애스턴빌라와 최종전에서 승리하면 우승이 확정된다. 그러나 현재 맨시티 수비라인 핵심이 대거 부상으로 빠져 전력 차질이 있는지라 반전 가능성도 남아있다. 그렇기에 리버풀도 살라흐의 득점 선두 수성과 막판 뒤집기를 위해 울버햄프턴과의 시즌 마지막 경기를 사력을 다해 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