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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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담보 대출까지 받으며 버텼는데” 자영업자 울린 수원 ‘먹튀’ 커플…경찰 추적 나서

피해 업주 “자영업자 너무 힘들어… 사례금 걸고 공개 수배”
경찰 “고의성 인정될 경우 사기죄 적용”
사건 접수 후 1주일 넘었는데 피의자 특정 못해
지난 1일 오전 2시쯤 경기 수원시 인계동에 위치한 한 노래 주점에서 무전취식 후 사라진 커플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장면. 피해업주 제공

 

경기 수원의 한 노래 주점에서 이른바 ‘먹튀’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으나 1주일이 지나도록 피의자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20일 수원 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30대로 추정되는 남녀가 9만여원어치 술과 음식 등을 무전취식 후 사라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문제의 커플은 지난 1일 오전 2시쯤 수원 인계동의 한 노래 주점에서 담배를 사러 나간다고 한 뒤 돌아오지 않았다는 게 뒤늦게 신고한 피해업주의 설명이다. 

 

 

피해업주 박모씨는 “이전에도 ‘먹튀’ 사건이 종종 발생해서 일행 중 한명의 신분증을 받아놨다 계산 완료 후 돌려주고 있는데, 그 커플은 당시 담배를 사러 가야 한다며 카운터에 맡긴 신분증을 잠깐 돌려달라고 했다”며 “별 의심 없이 돌려줬는데 돌아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씨가 제공한 CCTV 영상을 보면 이 커플은 사건 당일 오전 0시5분쯤 주점에 들어온 뒤 2시간여 동안 머물렀다. 2시쯤 여성이 주민등록증을 건네받은 뒤 주점을 나와 계단을 뛰어 올라갔고, 일행인 남성도 따라가는 모습이 화면에 담겼다.

 

박씨는 “생업이 바빠 시간이 조금 지나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현장 보존이 안돼 있어서 범인을 잡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주민등록증을 확인해서 범인의 이름과 나이를 알고 있긴 하지만, 마스크 쓴 얼굴만 기억이 나 정확하게 특정이 안되는 상황이라 답답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피해 금액은 노래방 이용료와 술과 안주 등을 합쳐 8만7000원 정도 된다”며 “자영업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어려운 가운데 영업을 이어왔는데, 이런 먹튀 사건이 자꾸 발생하면서 정말 자괴감까지 들 정도로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영업시간 제한 조치 탓에 1년 넘게 매달 2000만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했지만,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가면서 생계를 놓지 않았다”며 “최근 방역조치가 완화돼 마음을 다잡고 영업을 이어나가려던 찰나 이런 사건이 발생해 힘이 빠진다”고 덧붙이고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아울러 “처벌도 약하고, 잡는 데 시간도 걸린다고 해서 그냥 넘어가려 했지만, 다른 업장에 2차 피해가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신고했다”며 “범인이 꼭 잡혀서 본보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앞서 지난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글과 사진을 올려 “자영업자를 힘들게 하는 이들을 공개수배한다”며 “제보주시는 분에게 사례금 10만원을 드리겠다”고 했다.

 

경찰은 주점 내부와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등을 통해 용의자를 추적 중이나 이렇다할 단서가 없어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무전취식 사건이 접수돼 수사 진행 중”이라며 “고의성이 있다면 사기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전취식은 경범죄로 10만원 이하 벌금·구류·과료 등에 처해질 수 있다. 상습적으로 무전취식을 했거나 고의성이 인정되면 형법상 사기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 

 

한편 최근 들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을 상대로 한 먹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피해 업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글을 올려 “최근 유행처럼 먹튀 사건이 허다하다”며 “소액이고, 처벌이 약해서인지 범인이 잘 잡히지 않는다”며 입을 모아 호소하고 있다.


김수연 인턴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