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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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환칼럼] 불안한 국제정세 속 진화하는 한·미동맹

양국, 포괄적 전략동맹 공고화
北 완전한 비핵화 목표 재확인
中 반발 등 헤쳐나갈 난관 많아
가치 공유 외교 패러다임 중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번 방한으로 한·미동맹은 명실공히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6·25전쟁 발발 후 지난 70여년간 한국과 미국의 동맹관계 유지는 한국의 선택인가, 미국의 강제인가, 아니면 선택과 강제를 뛰어넘은 시대의 산물인가. 동맹관계의 유지는 국가 자율성의 희생을 담보로 우리의 국익을 추구하기 위한 일환이다.

과연 한·미동맹의 성격은 가치 우선(value first) 동맹인가, 이익 우선(interest first) 동맹인가, 아니면 가치·이익 균형(value-interest balancing) 동맹인가. 한·미동맹은 이익공유의 군사·경제동맹에서 이를 포함한 가치공유의 가치동맹으로 진화해왔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의 미래 청사진을 펼친 것이다.

이상환 한국외대 교수 전 한국국제정치학회장

한·미 양국은 그동안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 비롯된 한·미 군사동맹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한·미 경제동맹으로 견고히 하고 이제 가치공유에 기초한 기술가치동맹 등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동맹관계를 공고화한 것이다. 특히 반도체·배터리, 원자력 등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 양국이 실질적인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하고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한국이 참여하기로 한 것은 이를 잘 대변해준다.

한편 양국 정상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하고 강력한 대북 억지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에 뜻을 같이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굳건한 한·미 방위 및 실질적인 확장억제 공약을 피력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에 나선다면 북한 경제와 주민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인도주의 차원에서의 지원을 약속했다.

퓨리서치센터의 개별국가 국민 대상 설문조사에 의하면, 미국을 최고의 동맹으로 생각하는 국가는 이스라엘(82%), 한국(71%), 필리핀(64%), 일본(63%), 캐나다(46%), 호주(38%) 순으로 한국민의 한·미동맹에 대한 인식은 매우 긍정적이다. 주목할 사항은 이들 국가에서 10여년간 미국을 최고의 동맹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감소 추세였는데,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그 비율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2007년 60%, 2014년 68%, 2019년 71%로 조사 대상 기간 동안 11%가 증가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 정책에도 중국의 급부상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 위협 인식의 증가로 인한 반대급부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국제질서는 가치를 우선하는 국가군과 이익을 우선하는 국가군 간의 대결 구도로 재편되는 조짐이 일고 있다. 가치공유 우선 국가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인권적·비민주적 행태를 비판하며 사고와 행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익 훼손을 걱정하며 역학구도의 변화에 주목하기도 한다. 지금의 경쟁이 격화되면 그 결과는 둘 중 하나다. 패권경쟁 결과 중국이 미국 질서에 완전히 편입되거나 미국이 패권적 지위에서 밀려나 쇠락의 길을 걷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신정부가 신냉전의 국제질서 속에서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국의 반발과 이에 따른 경제적 압박이 예상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입구 찾기를 해야 할 시점에서 아예 닫아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현실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이는 기존 행위자 중심의 외교 패러다임을 행위규범(원칙) 중심의 외교 패러다임으로 바꾸지 않는 한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극복하기 어렵다. 우리의 외교 패러다임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내년 2023년은 6·25전쟁 종전 70주년이자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우방을 결정하는 최우선 조건은 이익공유보다는 가치공유이다. 신냉전기 불안정한 국제질서 속에서 한·미동맹이 한국의 안보는 물론 동아시아 지역질서의 안정을 위한 보루(堡壘)가 되기를 바란다.


이상환 한국외대 교수 전 한국국제정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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