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새 일꾼을 뽑는 6·1 지방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여전히 공천 과정에서 일어난 파열음과 극심한 네거티브전이 잇따르며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선거 본연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형국이다. 과거와 달리 중앙당의 공천에 반발하는 무소속 후보들이 난립하고 수백명이 당적을 바꾸는 등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혼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3일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권리당원 및 시민대표단은 천안시청 봉서홀 앞에서 집단탈당을 선언하고 김태흠 국민의힘 충남도지사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의했다. 대표단은 총 374인으로 구성됐으며, 특히 대표로 나선 오종석씨는 민주당에서 시의원 공천장까지 받았던 인물이다.
지난 21일에는 김각현 천안시의회 경제산업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지지 배가운동 연합이 김 후보 사무실에서 지지선언을 하고 입당식을 가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 민주당 당원이었던 이들이 대대적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한 것이다.
천안지역 정가에서는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 국민의힘 김태흠 충남도지사 후보를 지지하면서 적잖이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천안지역의 한 민주당 출신 인사는 “선거철에 공천 등 이익을 고려한 일부 탈당은 있지만 400여명 가까운 인사들이 집단으로 탈당한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며 “더군다나 당원들이 결집해도 모자랄 판국에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지역정가에서는 이들의 탈당에 원인에 대해 이재관 더불어민주당 천안시장 후보를 꼽는다. 무엇보다 이 후보가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으로 근무한 게 발단이 됐다. 이 후보는 세종시 행정 부시장으로 근무하다 새누리당 안전행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지냈다. 그는 “전문위원 근무는 조직 내에서 이뤄진 인사 발령으로 고위직 공무원에 대한 인사 운영 방침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천안시 민주당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천안시의 한 시의원은 “지역 정가에서도 민주당원으로 오래 헌신하며 시장의 자질을 가진 자들이 많은데 굳이 새누리당의 당적을 가졌던 이 후보를 공천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권리당원들은 특히 이 후보의 공천에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천의 잡음이 들리는 곳은 비단 천안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의 텃밭인 경상북도 경산시장에는 조현일 후보가 단일후보로 결정된 상태다. 하지만 조 후보의 공천에 반발한 낙선 후보들이 단일화를 통해 오세혁 도의원을 무소속 후보로 추대했다. 오 후보는 대표적인 친박(친박근혜)계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지역구 당협 사무국장을 지낸 인사다.
국민의힘 텃밭인 경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자 지역정가도 술렁이고 있다. 경산지역의 한 시의원은 “지금까지 경산은 당내 경선이 사실상 본선이 다름없는 상황이었는데, 이번 오 후보의 출마로 무소속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간의 본선이 치러지게 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대구·경북에서 친박의 색깔 빼기에 나섰던 국민의힘에서도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다. 국민의힘에선 지금까지 표밭이었던 TK(대구·경북)에서 친박계 색채를 빼기 위해 고심해 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전면적인 지지를 받은 유영하 후보를 뒤로하고 홍준표 의원을 대구시장 후보로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한 3선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시작과 함께 친박 등 정파보다는 참신한 인물들이 지방선거를 통해 배출되길 바라는 당의 생각도 있다”며 “또다시 친박계 인사들이 정파를 등에 업고 나설 경우 새 정부에 도움이 될 리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