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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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 6세 발달장애아’는 왜 장애등록 안 됐을까? 전문가에 들어봤다

당국에 따르면 숨진 아들은 생전에 장애등록이 되지 않아
장애 관련 기관, “자녀의 장애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마음 등 있었을 것” 조심스레 추정
반복되는 발달장애인 가정의 비극…국가 차원에서 아픔 덜어줘야 한다는 지적 나와
지난달 19일, 청와대 인근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주최로 열린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1박2일 집중 결의대회에서 삭발을 마친 참석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을 둔 엄마가 아들과 극단적 선택을 내린 일과 관련, 사망한 아들은 생전에 장애등록이 되지 않은 점이 당국을 통해 확인됐다.

 

발달장애 관련 기관은 자녀의 장애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 등을 아동의 장애등록이 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조심스레 본다. 같은 맥락에서 장애인 가족이 오롯이 심리적 고충을 감당해야 하는 게 발달장애가정의 현실인 만큼, 국가가 장애인 가족의 아픔을 덜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40대 여성 A씨와 A씨의 6세 아들 B군이 추락해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을 발견한 경비원의 신고로 출동한 구급대가 모자(母子)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두 사람 모두 숨졌다. 다른 가족은 당시 외출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은 유족을 상대로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이날 당국의 설명을 종합하면 B군은 정기적으로 발달재활 치료를 받으러 다녔으며, 장애등록은 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만 18세 미만 장애아동의 인지·의사소통 등 향상과 행동발달을 위해 발달재활 서비스를 지원하며, 언어·미술·음악·놀이 등의 영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서울의 한 발달장애 관련 기관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치료로 (경과를) 지켜보는 가정이 많고, 자녀가 장애인이 아니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 등이 복합 작용해 가능한 장애등록을 미루는 일이 있다”는 말로 B군의 장애등록이 되지 않은 배경 추정을 조심스레 대신했다.

 

장애인복지법은 신체·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받는 이를 장애인으로 규정하며, 법이 제시하는 기준에 맞으면 장애인등록증을 교부한다고 밝힌다. 아울러 장애인이나 법정대리인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호자가 장애 상태 등의 사항을 시장이나 구청장 등에게 등록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장애등록을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시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국의 사회복지나 장애인 관련 담당자가 발달장애가정에서의 비슷한 사례들을 손 놓고 보고만 있는 건 아니다.

 

서울의 한 주민센터 관계자는 “매해 복지 담당자가 발달장애가정과 상담을 진행한다”며 “부모들이 먼저 자녀의 장애등록을 결정한다”고 통화에서 설명했다.

지난달 19일, 발달장애인과 가족 550여명이 청와대 인근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주최로 열린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1박2일 집중 결의대회에서 단체 삭발을 마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지난해 2월에는 서울의 한 50대 여성이 발달장애가 있는 딸과 생을 마감하려다 홀로 숨졌고, 최근에는 경기도 시흥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20대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50대 여성이 재판에 넘겨진 일도 있었다. 양육 부담과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벌어지는 여러 안타까운 사건들의 되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가 차원의 발달장애인 지원 대책과 권리 보장 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로 구성된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달 19일 청와대 인근에서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단체는 ▲낮 시간 활동 지원 서비스 개편 및 확대 ▲지원주택 도입 및 주거지원 인력 배치 ▲공공의료 지원체계 구축 등을 촉구했다.

 

지난달에는 장애인 가족의 절반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는 등 과중한 돌봄 부담을 짊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서울시와 서울복지재단의 ‘고위험 장애인가족 지원방안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장애인 가족 돌봄자 374명의 50.8%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고 답했고, 우울이나 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다는 이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이던 지난 1월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에서 장애인 공약을 발표하면서, 발달장애 관련한 내용을 밝힌 바 있다. 발달지연·장애 영유아 재활치료 서비스의 국민건강보험 적용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발달지연·장애 진단과 치료, 교육을 한 곳에서 받을 수 있는 ‘원스톱 서비스’ 확충도 약속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