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공직자 인사 검증 조직 신설을 공식화하면서 한동훈 장관이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 역할까지 함께 맡게 됐다.
법무부 장관이 갖는 검찰총장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한 손에는 검찰 인사권을 쥐고 다른 한 손에는 정부 공직자 인사 검증 권한까지 갖게 돼 '왕(王) 장관', '소통령'이라는 야당의 반발도 커질 전망이다.
◇ 한동훈 '직속' 인사검증 조직 윤곽…이르면 내달 가동
법무부는 24일 공직자 인사 검증 기능을 법무부 장관으로 위임하는 동시에, 검사를 포함한 인력을 증원하는 내용을 담은 시행규칙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과거 공직자 인사 검증 기능을 수행했던 민정수석을 없앤 대신 그 기능을 법무부에 맡기기로 한 이후 처음으로 구체적인 조직의 모습이 윤곽을 드러낸 것이다.
법무부는 인사 검증 사무를 관장할 인사정보관리단장을 장관 직속으로 두고, 인사정보1·2담당관을 신설할 예정이다. 조직 규모는 최대 검사 4명을 포함해 20명 규모가 될 전망이다. 실무를 담당할 경정급 경찰관 2명도 합류한다.
시행규칙은 국무회의를 통과해 공포되면 시행될 수 있다. 입법예고 기간도 이날부터 이틀뿐이기 때문에, 이르면 내달 실제 인사 검증 업무가 시작될 수도 있다.
◇ 검찰권에 타부처 인사검증 권한까지…양손에 칼 쥔 한동훈
이날 입법예고는 한 장관이 검찰권을 쥔 법무부 장관이면서 동시에 민정수석 권한을 겸하는 방식으로 '국가 사정(司正)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되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지휘권·인사권·감찰권으로 검찰을 통제할 권한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 공무원을 검증할 수 있는 정보 권한까지 한 장관 손아귀로 집중되는 셈이다.
한 장관은 이미 취임 만 하루 만인 지난 18일 이른바 '윤석열 사단'을 전면 배치하는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통해 '대통령-장관-검찰'로 이어지는 '직할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취임 전부터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윤 대통령과 함께 고초를 겪었던 특수통 검사들이 중용됐다는 점에서 굳이 이를 행사할 필요도 사실상 없어졌다.
여기에 인사 검증 조직을 한 장관 직속으로 두기로 하면서, 사실상 대통령에게 직보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게 된다.
결국 옛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부, 검찰로 분산돼 있던 막강한 '3각 사정 시스템'이 윤 대통의 복심으로 통하는 한 장관의 지휘 체제 놓이게 됐다.
한 장관의 권한은 이뿐만이 아니다. 법무부 장관은 직권으로 상설특검을 발동할 수 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수사에 관여할 수 있다.
검찰 수사를 대신할 '한국형 FBI'도 법무부 산하로 갈 가능성이 크다. 그는 인사청문 서면 답변서에서 "법 집행 문제이니 법무부가 (소관 부처로서) 바람직하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 야권 공세 더욱 거세질 듯…'정권 실세 잔혹사' 되풀이 우려도
이런 권한 집중으로 한 장관을 겨녕한 '소통령', '왕장관'이라는 야권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사정 기능이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한 장관을 지명하자 "윤 정부의 실질적 2인자, 문고리 소통령에 의한 국정농단의 전조"라며 "암 덩어리가 되기 전에 깨끗이 도려내야 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박근혜 정부 시절 '왕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실세들이 집중된 권한을 남용해 국정 시스템이 붕괴한 사례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에 인사 검증을 맡기는 것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문재인 정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 이병군 변호사는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국가공무원법상에 공직후보자 인사검증은 인사혁신처장의 권한으로, 법령을 통해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위탁을 했기 때문에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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