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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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호소에…민주, "전적으로 공감" vs "사과로 선거 못 이겨"

후보들은 지지…李 "전적 공감" 宋 "심정 이해" 金 "뜻 모아야"
의원들은 반대…"사과로 선거 못 이겨" "비대위는 찰나일 것"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6·1지방선거를 앞두고 24일 "민주당을 팬덤정당이 아니라 대중정당으로 만들겠다"고 호소한 데 대해 당내 여론은 찬반으로 양분됐다.

 

지방선거나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중도층을 의식한 듯 박 위원장의 호소에 대체로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의 반성과 쇄신이 필요하다는 말씀으로 이해한다"며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밖의 확대해석은 경계한다"고 덧붙였다. 당의 반성과 쇄신 필요성이라는 취지에만 공감한다고 밝혔을 뿐, 반성과 쇄신을 위해 박 위원장이 제시한 방법에 대해서는 동의 여부를 밝히지 않은 것이다.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이날 연합뉴스TV '뉴스1번지'에 출연해 박 위원장의 호소와 관련해 "그런 심정이 이해가 된다"며 "우리가 아주 절박한 상황이라서"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지난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그래도 강한 야당이 있어야 강한 여당이 있는 것처럼 여야가 균형이 돼야 국정이 발전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그런 절박한 호소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내가) 비주류로 당대표에 세번 도전해서 되자마자 당 지지율이 상당히 올라갔다. 대선도 10%포인트 이상 차이나던 것을 0.73%포인트까지 좁혔다"며 "지금 비상대책위원회가 되다보니까, 당원이 직접 뽑은 지도부가 아니다 보니까 상당히 중심이 어려운 면이 좀 있다"고 말했다.

 

6·1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로 비대위 리더십을 지목해 간접적으로 비판하며 박 위원장에게 전적으로 힘을 실어주지는 않은 셈이다.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위원장의 호소에 대해 "뜻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호응했다.

 

또 "우리 당에서 갖고 있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우리부터 바뀌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아픔이 있을지라도 길게 보면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는 공통 의식을 함께 갖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과 송 후보에 비해 보다 적극적으로 공감한 모습이다.

 

이원욱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지선에서 승패를 떠나 국민의 꾸지람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결국 쇄신과 혁신을 할 수 밖에 없다"며 "박 위원장의 호소가 있었다. 백번 천번이고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겠다고 했다. 반성과 쇄신의 약속, 그 결을 같이 하겠다"고 적극 지지했다.

 

반면 당내 의원들은 대체로 박 위원장의 호소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놨다. 86(60년대생·80년대 학번) 그룹 용퇴와 강성 지지층 '팬덤' 문제와 관련한 변화와 쇄신을 약속하며 민주당 지지를 호소했지만, 시작도 전부터 반발에 직면한 모습이다.

 

선대위 공동 총괄본부장이자 대표적 86 운동권인 김민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본인의 생각을 말하는 것은 자유지만, 당과 협의되지 않은 제안을 당의 합의된 제안처럼 예고하셨고, '나를 믿어달라. 내가 책임지고 민주당을 바꾸겠다'는 사당(私黨)적 관점과 표현을 쓰셨다"며 "현시점에서 당의 누구도 쓰기 어려운 과도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한 책임감과 과잉 책임감은 다른 것이다. 옳지 않다"며 "잘 숙성돼 잔 다르크처럼 당의 지도자가 되기를 덕담했던 애정으로 아픈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민주당을 팬덤정당이 아니라 대중정당으로 만들겠다'는 발언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정치에서 기본은 '비판 자유, 욕설 금물'이다. 욕설은 다른 당을 향해서건 당내 비판을 위해서건 안 된다"면서도 "비판은 무한 자유이고, 정치는 상호비판에 답하면서 성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비판하되 욕하지 마라' 하는 것을 넘어서 팬덤 정치 일반에 대한 터부시하는 것은 아차 하면 상대에게 이용당하는 나이브한 순수함이 된다"며 "이준석식 '내로남덮' 정치 앞에선 더욱 그러하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의 강성 지지층 비판이 당 외부에 공격 빌미를 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내 잇딴 추문에 대한 박 위원장의 사과 행보를 놓고 강성 지지층이 '내부총질을 한다'고 비난하는 것과 유사한 시각인 셈이다.

 

윤호중 공동 상임선대위원장도 박 위원장이 발표를 예고한 '586 용퇴' 쇄신안에 대해 "당과 협의된 것 없다. 논의한 적 없다"며 "개인 차원의 입장 발표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김용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로 선거를 이기지 못한다"며 "새로운 약속보다 이미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더 좋은 전략"이라고 했다.

 

이는 박 위원장의 사과가 좋은 전략이 아니라고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수진(동작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의 자랑스런 역사에 지금의 비대위는 찰나일 것"이라며 "잠시 지도부의 역할을 하는 임시조직"이라고 적었다.

 

박 위원장의 중량감을 낮춤으로써 박 위원장의 호소의 무게감을 떨어뜨리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강성 지지층이 주로 포진한 당원 게시판과 이재명 위원장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제발 누가 박지현 입 좀 막아달라" "이 위원장 얼굴에 먹칠 그만하고 사퇴하라" 등 비난성 글이 쏟아지고 있다.

 

전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 자리에서도 추도식장에 입장하는 박 위원장을 향해 "물러나라", "내부총질이나 하느냐"는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앞서 박 위원장은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맹목적인 지지에 갇히지 않고 대중에게 집중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우리 편의 큰 잘못을 감싸고 상대편의 작은 잘못을 비난하는 잘못된 정치문화를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또 "다른 의견을 내부총질이라 비난하는 세력에 굴복하면 안 된다.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는 민주당이 돼야 제대로 개혁하고 온전히 혁신할 수 있다"며 "민주주의에 가슴 뛰던 민주당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