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저출산·고령화 문제와 그에 대한 중국 당국의 대응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수십년간 강력하게 실시해 온 ‘한 자녀 정책’을 2016년 폐지했고, 다시 최근에는 세 자녀 허용 정책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미 1.3 수준으로 낮아진 출산율을 반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2021년 5월 발표한 중국 제7차 인구총조사(2020년 인구센서스) 결과에서 지난 10년간 연평균 인구증가율은 0.53%로 1970년 이후 가장 낮았다. 하지만 이 수치조차도 중국 당국에 의해 조작됐다는 의혹이 강력히 제기됐다. 대부분의 인구학자들은 10년 안에 중국의 인구 감소가 시작되고 인도 인구 규모가 세계에서 가장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의 고령화 속도도 매우 빠른데, 2020년 현재 전체 인구의 13.5%를 차지하는 노인인구(1.9억명)는 향후 30년 동안 36.4%(약 4억명)까지 높아지고, 생산연령 인구는 2억명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강력한 출산억제로 만들어진 저(低)부양 인구구조를 기반으로 지난 수십년간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중국의 ‘인구보너스’는 가까운 기간 내 심각한 인구 고령화의 ‘인구부채’(demographic debt)로 전환될 전망이다. 중국의 생산인구 감소는 청년인구의 고학력화와 맞물려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물가상승, 수출가격 상승 및 해외자본 이탈 등으로 이어져 중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이라는 세계 공장의 고령화는 세계적 수준에서 인플레이션과 저성장이 동시에 발생하는 장기적 스태그플레이션 위협으로 발전될 수 있다.
이러한 중국의 변화는 국내 기업들에게도 심각한 도전이 된다. 중국 진출 및 수출 기업들은 중국 경기침체로 매출이 감소하고, 중국과 경쟁하는 기업들은 중국 당국의 더욱 공세적인 기술 확보 시도를 맞이할 것이다. 지금까지 중국의 고성장과 높은 저축률은 세계 금융시장에 중요한 자금 공급원이 돼 왔다. 하지만 고령화로 인한 중국의 저축률 감소는 이자율 등에 영향을 미쳐 우리 기업의 금융 환경에도 많은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중국의 경제적 환경 변화가 다른 사회정치적 위기 양상으로 발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실 중국 사회는 인구학적으로 많은 불안정 요소를 안고 있다. 도시의 경제성장이 농촌의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중국 사회구조에서 경제적 위기는 농촌의 위기를 강화하고, 중국 당국이 경계하는 농촌 지역 빈곤율 상승을 가져온다. 더불어 경기 둔화로 인한 실업률의 상승은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도시 지역 생산에 큰 기여를 해 온 유동인구인 농민공들에게는 더욱 심각한 타격이 돼 도시 지역의 사회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불안정이 전체 인구의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정치적 폭발력이 큰 소수민족 문제를 촉발시킬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국 경제의 저성장은 그 자체로 중국공산당 관리의 정치체제에도 불안정성을 야기하고, 이는 사회 불안정 또는 국제사회와의 갈등 고조로 인한 안보 위기로 확장될 위험마저 안고 있다.
최근 중국과 미국의 패권경쟁 이면에는 다가오는 인구위기에 대한 중국의 조바심이 담겨 있다. 중국 인구 전문가인 임소정 유타주립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웨이푸셴라오(未福先老·부를 이루기 전에 늙어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중국 인구변동이 중국 경제나 체제를 무너뜨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인구변동으로 인한 중국 내 경제·사회·정치·안보 상황의 변화는 글로벌 시장이나 국제 안보 환경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 인구변동 및 그 파장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과 전망을 통해 우리의 단계별 대응 방안을 준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경제·사회 분야에 머물러 있는 인구변동에 대한 인식과 논의의 범위를 국제사회의 경제·정치·안보·금융 등의 영역으로도 확대할 ‘인구역량’의 강화와 전문가 양성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