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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제2의 손흥민을 기대하며

정말 꿈같은 일이 현실이 됐다. 손흥민이 세계 최고 프로축구리그라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득점왕에 오른 것이다. 손흥민이 EPL 득점왕 트로피인 ‘골든부트’를 가져온 것은 세계 축구 중심인 유럽 무대에서도 최고 선수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사건이다. 이런 손흥민은 대한민국만의 자랑이 아니다. 일본과 중국과 동남아까지 아시아 전체가 손흥민이 ‘아시아의 자존심’이라며 칭송할 정도다. 이런 반응을 보면 한국인으로서 긍지가 차오른다.

이렇듯 한 명의 스포츠 스타가 국민 사기와 국가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력은 엄청나다.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박찬호, 골프의 박세리,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수영의 박태환도 그랬다. 이들은 세계 무대 변방이었던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선수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줬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기자

이들 월드 스타들의 공통점은 각 종목에서 한국 선수들의 발전에 큰 원동력이 됐다는 것이다. 박찬호의 성공은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으로 이어졌고 이른바 ‘박세리 키즈’로 불리는 선수들은 미국여자골프(LPGA) 무대를 평정하며 한국이 여자골프 세계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김연아의 성공은 차준환, 유영 등 후계자들을 탄생시켰다. 박태환이 준 자신감은 기대주 황선우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육상 남자 높이뛰기의 우상혁과 또 다른 선구자도 나타나고 있어 반갑다.

이렇게 처음이 어려울 뿐 한번 물꼬가 트이면 물줄기는 커질 수 있다. 손흥민을 봐도 그렇다. 앞서 유럽 무대에서 길을 터 준 이들 역할이 컸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전설로 인정받고 있는 ‘차붐’ 차범근이 밭을 갈고, EPL 최고 명문 구단 중 하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최전성기를 함께한 박지성이 거름이 돼 손흥민이라는 ‘월드클래스’가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하기에 이제 손흥민을 따라갈 후계자 탄생에 대한 기대도 크다. 다만 현실을 보면 우려되는 점도 많다. 당장 인구 감소와 더불어 젊은 층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많은 젊은이는 운동보다는 컴퓨터 게임에, 스포츠 스타가 되기보다는 K팝 스타가 되는 것을 더 선호한다.

현실은 이런데 체육 정책도 혼란스러웠다. 체육계의 각종 사건·사고가 빌미가 돼 엘리트 선수의 길을 선택한 학생들의 운동권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장치가 생기면서 오히려 학생 선수들의 운동할 권리마저 박탈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러다 보니 한국 엘리트 체육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현장의 우려 목소리가 크다.

운동도 잘하면서 공부도 잘하는 선수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엘리트 선수 생활을 하면서도 서울대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모든 선수가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자신의 재능을 잘 살리기 위해서 그 일에 집중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다. 선수 수급도 어려운 현실에서 요즘 운동부의 강압적인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다. 오히려 운동을 택한 청소년들에겐 세계 최고가 되고 싶다는 열정이 넘친다. 그들에게 충분히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제2의 손흥민’을 빨리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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