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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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육·복지부 장관 여성 발탁, 인사 불균형 해소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박순애 서울대 교수를,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출신 김승희 전 의원을 지명했다.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운 것이다. 차관급인 식약처장엔 오유경 서울대 약대 학장이 내정됐다. 3명 모두 여성으로 발탁했다. 새 정부 내각이 남성에 편중됐다는 지적을 의식한 인선으로 보인다. 늦은 감이 있지만 바람직한 인사다.

이번 인사는 윤 대통령이 강조해 온 ‘능력 중심 인사’와는 거리가 있다. 지역·성별·연령 등에 대한 인위적 할당과 안배보다는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뽑겠다는 게 윤 대통령의 인사 철학이었다. 이런 원칙은 새 정부 초대 내각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그동안 임명한 16개 부처 장관 가운데 여성 장관은 중소벤처기업부·환경부·여성가족부 3개 부처에 그쳤다. 국무총리를 포함해 국무위원 19명의 15%에 불과하다. 3040세대와 호남을 홀대했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서육남(서울대·60대·남성)’ 내각이란 비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교육부·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여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이 윤 대통령 인사 기조 변화의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기자가 “지금 (한국의) 내각에는 여자보다는 남자만 있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여성들에게)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외교 무대 데뷔전에서 새 정부의 양성평등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생각이 달라졌을 수 있다.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 만찬에서 ‘젠더 갈등’에 유감을 표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의장단에게 “제가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시야가 좁아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 더 크게 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계기가 무엇이든 윤 대통령의 인식 변화는 긍정적인 일이다.

국정 운영에 필요한 인재를 구할 때 전문성과 능력을 보는 건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연령과 성별, 지역의 다양성을 고려하고 균형을 맞추는 일도 잊어선 안 된다. 그래야 국민적 공감을 얻고, 국정의 안정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여성 장관 발탁이 능력을 고려하면서 균형과 다양성도 살피는 인사 기조가 자리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