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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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두달 연속 인상에 잠 못드는 수도권 ‘영끌족’

강남, 서초 등 서울지역 제외 수도권 약세 예상
뉴스1

 

수도권 아파트값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영끌족'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아파트값 급등기에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이들의 대출 이자 부담도 커져서다. 이자 부담에 소비 여력이 줄어 향후 경제 전반에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27일 뉴스1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전날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연 1.75%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4월에 이어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렸으며, 최근 10개월 만에 다섯 차례 인상이다.

 

기준금리는 연내 꾸준히 상승할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수개월간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말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중립 금리 수준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시장은 한국의 중립 금리를 연 2.25~2.50%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부동산 시장 하방 압력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기준금리와 집값은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금리가 오를수록 대출 부담이 커 수요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는 기준금리가 2%대에 접어들면 이른바 영끌족의 이자 상환 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리 0.25%p 상승 시 차주 1인당 이자 부담은 16만4000원 증가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수년간 집값이 급등한 수도권 영끌족 부담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올해 2월 기준 전국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규모는 약 1259조원이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738조2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약 58% 수준이다. 서울 242조9000억원 경기 195조3000억원 인천 47조6000억원 등으로 수도권이 전체 주담대의 66%를 차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높은 집값 상승에 젊은 층의 영끌 수요가 더해지며 거래량이 많았던 수도권은 대출을 통한 주택 구입이 이어지면서 주담대 대출 비중 또한 높은 편"이라며 "수도권 대출자가 상대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노출에 민감해 단기 이자 상승 부담이 집중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아파트값 역시 금리 인상에 따른 하방 압력으로 수도권 영끌족은 집값은 내려가고 대출 이자 부담은 늘어나는 '이중고'를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5월 4주(23일 기준)까지 수도권 아파트값은 0.2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지방(0.22%)은 상승했으나, 서울(-0.1%)은 물론 인천(-0.19%), 경기(-0.34%) 모두 하락했다.

 

수도권 아파트값 하락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강남, 서초 등 서울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약세가 예상된다.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나 주택 구입 수요가 더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윤석열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 완화로 상승 기대감은 있으나, 금리 인상 등에 따른 하방 압력이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최근 물가 상승세에 대출 이자 부담까지 늘어 수도권 영끌족의 소비 여력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분석했다. 소비 여력 위축은 장기적으로 국내 경기에 악영향을 끼쳐 경제 전반에 어려움을 가중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까지도 얘기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상승과 한미금리 역전에 대응하기 위한 유동성 회수, 금리인상 정책이 경기침체를 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