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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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경쾌하고 빠른 음악을 그림으로

피트 몬드리안의 ‘브로드웨이 부기우기’.

20세기 현대미술은 시각적 인상에 치우친 인상주의 영향으로 대상의 묘사에서 벗어나기 시작했고, 자유로운 형식 구성을 목표로 한 추상미술에 이르렀다. 미술이 예술가의 자유로운 형식 구성이라 할 때, 예술가가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마음의 능력인 이성과 감성 중 어느 쪽을 더 강조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전자의 흐름을 대표하는 추상화가로 피트 몬드리안을 들 수 있다.

네덜란드와 파리를 오가며 활동했던 몬드리안은 기하학적인 선과 형태를 중심으로 한 추상미술을 시도했다. 선과 색과 형태를 절제된 관계와 형식으로 표현해서 비례나 균형, 조화 같은 순수한 수학적 아름다움을 나타내려 했다. 그것을 통해 자연과 세계에서 만날 수 있는 질서와 비례라든지 변화 속의 리듬을 나타내기 위해서였다. 이런 몬드리안의 추상미술은 이성적이며, 이성이 차가운 속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차가운 추상’으로도 불린다.

몬드리안은 자연의 법칙성을 표현하기 위해 십자 무늬 구성 방식도 창안했다. 가로와 세로 길이나 색의 농담을 조절하면서 자연에서 만날 수 있는 수평적인 것과 수직적인 것, 물질과 공허, 차 있음과 비어 있음의 관계 등 자연의 법칙성을 나타내는 방법이다.

‘브로드웨이 부기우기’는 이런 화면 구성 방식이 사용된 대표적인 작품이다. 자연의 리듬이나 비례를 나타내려 한 십자 무늬 구성 방식이 도시의 이미지에 적용됐다. 몬드리안이 2차 세계대전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후, 뉴욕의 한 고층빌딩에서 내려다본 뉴욕 시가의 모습을 바탕으로 그린 그림이다. 거리가 십자 무늬들이 모인 바둑판 모양처럼 구획되고, 그 사이를 바쁘게 오가는 노란색 택시들과 휘황찬란한 거리 불빛으로 활기찬 뉴욕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몬드리안은 이 활기찬 도시 분위기가 미국을 상징한다고 생각했고, 경쾌하고 빠른 리듬의 ‘브로드웨이 부기우기’라는 곡을 작품 제목으로 붙였다. 잘게 쪼갠 색면들로 경쾌하고 빠른 느낌을 만들고, 형형색색의 사각형들을 교차시킨 리듬감을 덧붙여 눈에 보이는 음악을 탄생시켰다.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