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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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주변 전략환경 바꿀 것” 압박 나선 美… 대중전략 3대 키워드는

블링컨 국무, 대중국전략 발표

3대 키워드 ‘투자·동맹·경쟁’ 제시
IPEF 고리 韓 동참 압박 거세질 듯
中 “美가 흑백전도… 패권유지 목적”
대북 추가제재, 중·러 반대로 부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전략을 발표하면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국제 질서를 위한 비전 실현을 위해 중국 주변의 전략 환경을 바꿀 것”이라고 선언했다.

블링컨 장관은 워싱턴의 조지워싱턴대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전쟁이 계속되더라도 우리는 국제 질서에 가장 심각한 장기적 도전인 중국에 계속 집중할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 대중 전략의 3대 핵심 키워드로 투자(invest), 동맹(align), 경쟁(compete)을 제시했다.

이는 미국의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인도태평양을 중심으로 동맹국 및 파트너와의 연대를 강화하며, 경제안보 관점에서 수출규제와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해 미국의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동맹국과의 연대를 강조해 한국이 참여하기로 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을 고리로 대중 견제망 동참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블링컨 장관은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순방(20∼24일)을 소개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과의 중요한 안보동맹을 재확인하고 양국과의 경제 및 기술 협력을 심화시켰다”며 “우리는 공동의 목표와 명분으로 행동하면서 동맹과 파트너라는 우리의 네트워크를 갖고 노력을 일치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원빈(王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세계 질서의 도전이라는 말은 완전히 흑백전도”라며 “허위정보를 퍼뜨려 중국 위협의 과장, 내정 간섭, 중국의 대외정책 먹칠, 중국의 발전 억압을 통해 미국의 패권을 수호하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 신화연합뉴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인민대 다오다밍(刀大明) 국제관계학원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블링컨이 강대국 경쟁과 인도태평양 전략 촉진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중국을 악마화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북한의 탄도미사일 연쇄 발사와 관련해 미국 주도로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표결에 부쳐진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이 15개 이사국(5개 상임이사국 및 10개 비상임이사국) 중 13개국이 찬성했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결국 부결됐다. 결의안은 북한의 원유 수입량 상한선을 기존 400만배럴에서 300만배럴로 축소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었다.

우리 정부는 27일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이 지속하고 있고 핵실험 강행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에서 안보리의 신규 대북 제재 결의가 대다수 이사국 찬성에도 채택되지 못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美 ‘10년내 中 추격 따돌려야’ 위기감… 강력한 압박 선전포고

 

“우리는 중국이 궤도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에만 의존할 수 없다.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국제 질서 비전 실현을 위해 중국 주변의 전략 환경을 바꿀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26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전략을 발표하면서 중국이 변화할 수밖에 없도록 강력한 압박에 나서겠다는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블링컨 장관은 약 45분간 진행된 ‘중화인민공화국에 대한 행정부의 접근(The Administration’s Approach to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연설을 통해 ‘앞으로 10년이 결정적 시기’라고 강조하면서 글로벌 패권(覇權)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추격을 좌시하지 않고 미국의 우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충돌이나 신냉전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고, 반대로 이 둘 모두를 피하려고 마음먹었다. 우리는 주요 강대국으로서 중국의 역할을 봉쇄하거나 중단시키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으나 내용은 대중 견제 성격이 농후했다.

 

대중국 전략의 핵심 키워드로는 투자(invest), 동맹(align), 경쟁(compete)을 제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역점 사업인 인프라법안으로 대표되는 국내 인프라 투자, 미래 핵심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 등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꼽았다. 블링컨 장관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분야에서 우리는 세계 1위였지만 지금은 9위다. 반면 중국은 8위에서 2위로 올라섰다”고 지적했다.

민주주의 체제를 강화해 국가 가치를 끌어올리겠다고도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중국의 정치 체제를 변화시키려 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임무는 민주주의가 시급한 도전에 대처하고 기회를 창출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향상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동맹 분야에서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으로 미국의 경제 리더십을 확보하고, 쿼드(Quad: 미국·호주·인도·일본의 안보대화체)를 통해서는 동맹국들의 해양주권 보호와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오커스(AUKUS: 호주·영국·미국의 안보동맹)로 인도태평양 평화와 안정을 강화하고,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도 목표로 제시했다. 군사안보와 경제안보를 축으로 대중 포위망을 두텁게 하겠다는 의도다.

 

경제산업 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한 상호주의 원칙 적용을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은 조직적인 기술 강제 이전의 대상이 되지만 미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은 법치주의의 보호를 받아 왔다”면서 “이런 상호주의 부족은 용납할 수 없고 지속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으로부터의 기술 보호를 위해 강력한 수출 규제와 사이버·데이터 보안 강화를 예고했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하에서 중국공산당은 중국 내에서 더욱 억압적이고, 해외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됐다”고 시 주석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면서 신장(新疆) 위구르자치구, 티베트, 홍콩에서의 인권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또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불법적인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으며, 무역규범을 무시하거나 위반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같은 나라와 연대함으로써 주권과 영토 보존을 훼손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이례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 당시 중국과 러시아 공군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진입한 사실도 거론했다.

 

블링컨 장관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대만관계법에 따라 ‘하나의 중국’이라는 정책 약속을 지키고 있고,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변한 것은 미국의 정책이 아니라 점점 대만에 강압적인 중국”이라고 비판했다. 블링컨 장관은 연설 중 대중국 정책 문제를 조정하는 ‘차이나 하우스’라는 그룹을 국무부 내에 설치하겠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중국은 ‘강렬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왕원빈(王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미국은 말로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말 따로 행동 따로다”라고 비아냥대면서도 “신냉전을 할 생각이 없다는 발언엔 주목한다. 우리는 이를 간절히 기다릴 것”이라고 대화 여지를 남겼다.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IPEF 출범과 미국의 대중 공동성명 등을 언급하면서 “미국은 그동안 신냉전을 피하자는 말을 여러 번 했으나 실제로는 이념으로 진영을 갈라 일방적으로 다른 나라들에게 (미국) 편을 들게 했다”며 “중국의 옛 속담에 ‘우리는 말하는 것만 듣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것도 지켜본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는 기다리고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 AP연합뉴스

◆美 국방부 “한·일간 상호방위 옵션 탐색해봐야”

 

미국 국방부는 26일(현지시간) 북한에 대응하는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항상 한·일 양국이 양자적으로(bilaterally) 상호 방위를 위한 옵션을 탐색(explore)해 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 조치를 묻는 말에 “미국은 양자뿐 아니라 한·미·일 3자 차원의 조치를 취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은 한·미·일 3국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24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일본 항공자위대뿐 아니라 한국군과 양자 훈련을 했다. 이것은 3자 군사훈련이었다(That was a trilateral exercise)”고 했다.

 

미국 측은 브리핑 후 이 발언에 대해 “미국이 일본과 양자 훈련을 하고 한국과는 별도의 양자 훈련을 했다는 것”이라고 표현을 정정했다. 3자 군사훈련이 국제적으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을 의식한 듯 한·미, 미·일이 각각 양자 훈련을 진행해 결과적으로 3자 훈련을 했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에드가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담당 선임국장은 이날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 토론회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장억제 확대에 합의했으나 북한 도발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다’는 질문에 “우리가 일정한 정책 수단을 갖고 있으며, 우리는 이들의 사용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확장억제 자체가 북한의 궤도를 변화시키는 데 핵심 수단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수년간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약속에는 의문이 제기되지 않았지만, 북한의 무기 개발로 안보는 극도로 불안정해졌다”고 지적했다.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는 남북 간 핵능력이 비대칭적인 상황에서 미국의 핵능력(핵우산)을 통해 한국의 안보를 보장한다는 의미다.

 

한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미국의 공휴일 동안 북한의 도발’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북한이 다가오는 메모리얼 데이(30일, 현충일) 전후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차 소장은 북한이 1987년과 1990년, 1993년, 1997년, 2007년, 2009년, 2017년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메모리얼 데이 전후에 탄도미사일 발사 등의 도발을 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또 1984년부터 주요 공휴일마다 모두 21차례에 걸쳐 무력 도발을 했다고 집계했다.


워싱턴·베이징=박영준·이귀전 특파원, 김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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