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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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칼럼] 대표적 관료제와 대표성

특정한 계층 관료 독점 이익 추구
폐단 막기 위해 대표적 관료제 도입
일 잘하는 정부 균형적 시각 우선
평범한 다수의 큰 가치 유념해야

고위공직자 인선 발표가 날 때마다 지명자의 사회적 배경과 이력을 보면서 인사정책이 갖는 함의를 읽게 된다. 관료들은 사회집단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이를 위한 결정이나 행정을 기본적으로 수행하거나 지향한다.

특히 의사결정을 행하는 관료의 영향력은 그 파급효과가 커서 이해관계자의 관심도 클 수밖에 없다. 주요 요직에 누가 인선이 되는지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나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상관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김영미 상명대 교수 행정학

행정이 특정한 계층에 의해서 과도하게 독점되고, 특정 집단 중심의 불공정한 이익과 가치가 발생하게 되는 인사제도의 폐단과 이로 인한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킹슬리(JD Kingsley)는 대표적 관료제(representative bureaucracy) 이론을 제안했다. 시행됐던 정책들이 특정한 계급들을 대변하는 듯한 현상을 들여다보니 이는 특정 계층 출신들이 관료직을 독점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그들에게 출신 계층의 이익을 추구하는 상황이 생겼음을 밝힌 것이다.

조직 속의 관료는 출신 집단의 가치와 이익을 위해서 정책을 결정하고 본인이 선호하는 정책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현상이 나타남을 설명하고 있다. 모든 인간의 행동은 출신 성분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전제가 대표적 관료제에 적용되고 있다.

정책을 결정하거나 집행하는 관료들의 재량이 점차 증대되면서 특정한 이익을 대변할 수 있게 되는 상황과 그로 인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 대표적 관료제의 필요성이 언급된다. 그럼에도 공무원들의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여전히 부족하다. 대표적 관료제의 기능에 대해서는 행정·정치학계에서 폭넓은 논의가 이어져 왔다. 대표성의 확보는 공직의 대응성과 책임성을 제고할 수 있고, 다양한 출신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고위관료가 돼야 각계각층의 이익을 균형 있게 유지해 줄 수 있다.

복잡한 이해관계의 형성과 다양한 요구 등이 결집되는 정부 행정에서 제도화된 외부 통제만으로는 행정의 대응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가 여전히 어렵다. 절차적 합리성과 과정의 투명성을 강조하지만 관료제에 관한 통제의 효과가 높지 않다. 이에 대표적 관료제를 통해서 효과적인 내부 통제를 이뤄낼 수 있는 점에 기대하게 된다.

물론 대표적 관료제의 기능과 방식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정답이 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각계각층, 특히 소외집단에게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기회균등을 보장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 때문에 소외계층의 자생력을 만들어 줄 수 있다. 대표적 관료제는 인구 구성의 특징이 반영되다 보니 행정의 전문성이나 능률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고, 할당제 적용에 따른 역차별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논의의 쟁점이 되기도 한다.

파레토 법칙(Pareto principle)은 결과물의 80%가 조직의 20%에 의해 생산된다는 ‘80 대 20 법칙’으로 비즈니스 분야에서 황금률로 종종 회자되고 있다. 조직의 주요 업무 성과는 일하는 구성원 20%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한다. 반면 롱테일 법칙(Long Tail theory)은 파레토 법칙과는 거꾸로 80%의 ‘사소한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뛰어난 가치를 창출한다는 이론이다. 이 때문에 ‘역(逆) 파레토 법칙’이라고도 불린다.

일 잘하는 정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성원의 균형적 시각이 우선해야 한다. 평범한 다수인 ‘80 대 20’이 소수 엘리트 중심의 ‘20 대 80’보다 조용히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핵심 소수’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평범한 다수’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김영미 상명대 교수 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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